입력 : 2015.07.21 09:57
[은행, 비용 줄이기 3大 원칙]
①겹치면 없앤다 - 거리·인구 따른 기준 적용… 인점한 지점끼리 통폐합
②수도권서 지방으로 - 공기업들 지방으로 떠나자 새 점포도 지방에 우선 내
③1층에서 2층으로 - '새 건물 1층' 공식 깨져… 심지어 지하에 지점 내기도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인 1.5%로 내려가면서 저금리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 바로 은행들이다. 은행은 그동안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을 주된 먹거리로 삼아왔는데, 금리가 뚝 떨어지면서 예대마진이 줄어 맥을 못 추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데, 그 변화의 조짐이 은행 점포의 모습까지 바꾸고 있다.
①"겹치면 없앤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을 제외한 신한·국민·하나은행이 모두 지점 수를 줄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2010년 1174개 지점에서 2014년 1161개, 신한은행은 951개에서 901개, 하나은행은 650개에서 606개로 줄였다. 우리은행만 독특한 점포 운영 방식 때문에 예외적으로 지점 수를 905개에서 993개로 늘렸다.
과거에 은행들은 인근에 같은 은행의 지점이 있어도 상관하지 않고 일단 지점을 내는 확장 경쟁에 매달렸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은행마다 자체 기준을 두고 지점 사이가 가까워서 고객군이 겹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지점을 없앤다.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소매금융 점포는 1㎞ 내, 금융센터는 2㎞ 내에 지점이 겹치면 한 곳을 줄인다. 농협은행의 경우 서울은 300m, 광역시는 400m, 경기도와 기타 지역은 인구에 따라서 400~600m로 나누는데 겹치면 폐쇄 1순위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도 자체 거리 기준을 갖고 지점 통폐합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②"수도권 문 닫고 지방으로"
은행들이 지점을 줄이면서 지역적으로 가장 많은 수가 줄어든 곳이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이다. 금감원에 공시된 2010년과 2014년 은행별 사업보고서를 분석해보면 신한은행은 서울에 있는 지점을 36개, 경기도 지점을 8개 줄였다. 하나은행은 서울 지점 26개, 경기도 지점 16개를 줄였고, 국민은행도 서울 지점을 27개 줄였다.
반면 수도권이나 광역시 등 대도시가 아닌 지방을 중심으로 은행 지점이 새로 들어섰다. 신한은행은 4개, 국민은행은 3개, 우리은행은 6개, 하나은행은 2개 지점을 세종시에 새로 냈다. 충북에도 신한(2개), 국민(5개), 우리(7개) 지점이 새로 만들어졌다. 국민은행 채널기획부 나병옥 팀장은 "신설 지점을 보면 광역시가 아닌 충북이나 경북 등에 새로운 점포가 들어섰는데 이는 공기업들이 지방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은행들이 이곳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③"1층에서 2층으로, 특화 점포도 환영"
은행들은 원래 고객의 눈에 잘 띄기 위해 신설 지점을 1층에만 낸다는 내부 기준을 갖고 있었다. 1층 중에서도 허름한 건물이 아닌 새로 지은 건물, 교차로에서는 건물 코너 등 최대한 잘 보이는 비싼 곳에 냈다. 그런데 지금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2층에도 지점을 내는 상황이다. 농협은행은 작년부터 올해 6월까지 신설 지점 8개 중 절반인 4개를 2층에 냈다. 국민은행은 12개 중 5개, 우리은행은 38개 중 8개를 2층에 냈다. 기업은행은 지하에 지점을 내기도 했다.
은행들은 또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하는 평범한 지점이 아닌, 특색 있는 지점으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하나은행은 구로지점에서 일요일에도 근무하는 중국인 전용 창구를 운영하고, 경기도 원곡동에서는 베트남인 전용 창구를 열었다. 우리은행도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지점을 토요일에도 운영한다. 신한은행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은행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안산 원곡동 외환센터를 주말에도 6시간가량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