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통산업 온라인으로 급속 재편

    입력 : 2015.07.24 09:21

    중국에서도 무더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유통가에는 매서운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 유통 매장들의 폐점 소식이 잇따르고 있어서다.중국 토종 기업과 외국계 기업 모두 폐점 러시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중국 최대 백화점 완다, 절반 폐점 추진


    중국 완다백화점이 최근 폐쇄를 결정한 한 매장에 입점 업체들이 완다백화점 모회사인 다롄완다의 왕젠린 회장에게 항의하는 플랭카드를 내걸었다.출처:웨이보


    중국 최대 백화점 체인업체인 완다백화점은 중국 전역에 있는 90여개 점포 중 46곳의 문을 닫을 방침이라고 인민망 등 중국 언론들이 지난 22일 보도했다. 탕산 지난 장먼 원저우 등지에서 운영중인 손실이 심각한 점포들이 퇴출 대상이다. 완다백화점은 1월에도 10여개 점포 문을 닫았다.완다의 '살생부'에서 생존 대상으로 남은 점포는 39곳에 불과하다고 중국언론들은 전한다.


    완다백화점의 모회사인 다롄완다그룹의 창업자 왕젠린 회장은 작년 초 완다백화점 점포를 2015년까지 120여개로 늘리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현실과 왕 회장 목표 사이의 간극은 갈수록 더 멀어졌다. 왕 회장도 "완다백화점 점포 가운데 절반이 손실을 내고 있다"고 털어놓을 만큼 백화점 매장의 상황이 나빠진 것이다.


    중국 진출 외국계 유통업체도 잇단 폐점


    중국 내 부실점포 정리에 나서는 외국계 유통업체도 잇따르고 있다.롯데마트는 중국 산둥(山東)성 내 매장 5곳을 폐점한다고 최근 밝혔다.이 흘러나왔다. 산둥성내 롯데마트 매장 가운데 둥잉시의 점포 한 곳만 살아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폐점으로 중국 내 롯데마트의 대형마트 매장 수는 104개에서 99개로 줄어들게 된다.


    1997년 상하이 1호점을 시작으로 한국 대형 유통업체로는 처음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도부실 점포를 대거 정리해왔다. 한 때 중국 내 매장을 27개까지 늘리는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폈지만 실적 악화가 지속되자 보수적인 경영으로 돌아선 지 오래다.


    이마트는 2011년 중국내 5개 법인 11개 점포를 매각했고, 이후에도 부실 점포 정리를 지속했다.2010년말 26개였던 점포수는 2011년말 21곳, 2012년말 16곳, 2014년말 10곳에서 올들어 9곳으로 줄었다.


    까르푸와 테스코 등 다른 외국계 할인점업체들도 예외가 아니다.영국의 막스앤스펜서의 경우 올들어 5개 백화점 점포를 폐쇄했다.중국언론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중국과 외국계 유통업체가 문을 닫은 매장은 26곳이다.


    외국의 명품업체들도 중국내 자체 매장을 크게 줄이고 있다.프라다는 작년말 44개 매장수를 33개로 줄였다.샤넬도 중국내 매장수가 전성기의 절반수준인 11개다.


    온라인 쇼핑 공습에 무너진 유통 공룡들


    올들어 폐쇄된 유통 매장 가운데 절반인 상하이 저장성 장쑤성 등 3개 지역에 걸쳐있다고 중국언론들이 최근 전했다.이들 지역은 중국 소매유통 산업을 주도해온 곳이다.중국 내 대형 유통 매장들이 수난을 겪는 것은 중국의 경제구조 변화와는 맞지 않는 현상으로 비쳐진다.
    중국 내 유통업은 유망 업종에 속해왔다.중국 정부가 수출과 투자 주도의 성장동력을 소비로 다변화하는 노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의 중국 경제성장에 대한 공헌도는 이미 60%에 이른다.


    이런 추세에서 중국내 유통 매장의 폐점 러시 원인을 쫓다보면 중국내 소비 유통구조의 변혁을 읽게된다. 온라인 쇼핑의 급부상이 그것이다.


    알리바바, 징둥(京東·JD닷컴) 등 전자상거래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려 시장 점유율이 떨어진 것이 원인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체인 할인점 업체가 급성장한 2000년대초만해도 유통업체들은 ‘권력’이었다.삼성전자 같은 다국적기업도 입점을 위해 이들 앞에서는 머리를 숙여야했다. 하지만 인터넷 확산이 만들어낸 ‘클릭 소비군단’이 유통 산업의 권력 지형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중국에서 진행해온 '광군제'(光棍節)로 불리는 11월11일("'솔로데이") 할인행사는 유통권력이 체인 할인점에서 온라인으로 급속도로 대이동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광군제는 정부가 정한 날은 아니지만 1990년대 난징(南京) 지역 대학생들이 '1'의 형상이 외롭게 서 있는 독신자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광군제로 부르면서 점차 널리 퍼졌다.


    이날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상인들은 '홀로 빈방을 지키지 말고 나와서 물건을 사면서 외로움을 달래야 한다'고 부추기며 할인 판매를 하기 시작한 것이 연례행사로 굳어졌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업체 '타오바오'(淘寶網:C2C)와 '톈먀오'(天猫:B2C)가 2009년부터 이 행사를 선도했고, 심지어 중국에서 '쐉11(雙11)'을 상표로 등록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유통업체 매출 추이 (단위:억위안)


    자료:중국연쇄경영협회 ,중국 언론


    알리바바의 솔로데이 매출은 행사를 시작한 2009년 5000만 위안에서, 2010년 9.36억위안, 2011년 33.6억 위안, 2012년 191억 위안, 2013년 350억 위안, 2014년 571억위안으로 급증했다.
    .
    반면 오프라인 점포에서 소비재를 판매해온 체인 할인점의 성장세 둔화는 뚜렷하다. 중국 연쇄경영협회에 따르면 100대 체인점은 2000년 이후 2011년까지 연평균 25%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지만 2012년 10.8%로 둔화됐다. 2013년엔 9.9%로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알리바바가 지난해 솔로데이에서 올린 매출 571억 위안은 지난해 까르푸가 중국내 236개 점포에서 365일 올린 매출(457억위안)을 웃돌았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중국 전체 점포에서 점포에서 거둔 매출(180억위안)은 알리바바 하루 매출의 32%에 불과한 것이다.


    중국 소비 유통시장의 성장동력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전체 소매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했다.1분기에 비해 증가세가 0.2%포인트 둔화된 것이다.하지만 상반기 온라인 쇼핑을 통한 소매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39.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잇따르는 중국 유통업체들의 폐점은 황금 시장으로 비쳐지는 중국 소비시장을 공략하는 제조업체나 유통업체 모두 종전의 방식을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인 쑤닝전기가 온라인 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온오프라인 매장을 연계하는 O2O(온라인 TO 오프라인) 모델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백화점 매장을 줄이는 다롄완다그룹 역시 전자상거래 업체를 세워 O2O 비즈니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소비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기업들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비즈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