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LNG 가격, 반값 됐는데... 왜 한국만 찔끔 내렸나

    입력 : 2015.07.27 09:12

    [가스公이 수입권 독점… 日은 40여개 업체가 도입가 낮추기 경쟁]


    - 가스公, 도입단가 공개 거부
    年 30兆 주무르는 세계최대 큰손 "도입가격보다 물량 확보가 우선"


    - 매년 1조원 넘는 영업이익
    공공기관 경영평가선 최하등급, 직원 연봉은 공기업 중 최고 수준
    전문가들 "민간에게도 수입 허가… 누가 더 싸게 공급할지 경쟁해야"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작년 상반기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하지만 국내 도시가스 요금은 같은 기간 24% 하락에 그쳤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가스 수입국인 일본·독일 등과 견줘보면 인하 폭이 훨씬 낮다. 한국의 가스 수입가격도 일본보다 더 비싸다〈그래픽 참조〉.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스를 수입하는 유럽이나 셰일가스 등이 풍부한 미국보다 한국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와 비슷한 처지인 일본과 비교해 훨씬 비싸게 구입해와 비싸게 쓰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40여개사가 LNG 수입 경쟁


    올해 상반기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LNG 평균가격은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53% 정도 떨어졌다. 하지만 국내 도시가스 가격은 올 상반기에 24%쯤만 내렸다. 미국의 올 5월 가스 가격이 작년 5월 대비 42% 하락했고 이달 17일 현재 일본 LNG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34% 정도 내린 것과 비교해도 소폭(小幅)이다.


    단일 기업으로는 가스 시장에서 '세계 1위의 큰손'인 가스공사는 한국이 연간 사용하는 3780만t(2014년 기준 약 35조원) 중 96%(3630만t)를 수입하고 있다. 나머지 4%는 포스코 등 민간업체가 자가(自家) 수요로 들여오지만, 이들은 국내 도시가스 기업이나 발전사들에 공급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가스공사가 세계 최대 구매자라는 시장 지배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의 LNG 도입 가격은 1MMBtu당 13.19달러로, 같은 기간 일본의 평균 도입 단가인 13.09달러보다 비쌌다. 1MMBtu는 천연가스 측정 단위로, 100만파운드의 물을 화씨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을 말한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이에 대해 "일본은 한국과 달리 가스공사 독점 방식이 아니라 30여개 종합상사(商社)와 10여개 발전회사·도시가스회사들이 더 싼 값에 LNG 를 수입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스공사 내부의 폐쇄적인 조직문화도 비싼 가격을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가스공사의 자원사업부 산하 도입처는 30여명의 직원이 연간 30조원이 넘는 가스 수입 계약을 주무르고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도입처의 경우 외부와의 인사(人事) 교류도 거의 없다"며 "특히 10여명 안팎인 도입 계약팀은 핵심 중의 핵심인데 워낙 비밀스러운 조직이라 경쟁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스공사의 미흡한 노력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2014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가스공사는 2013년에 이어 최하등급(E등급)을 받았지만 가스공사의 올해 직원 1인당 연봉(예산 편성액 기준)은 8331만원으로 30개 시장·준(準)시장형 공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1조700억원의 영업이익을 포함해 2011년 이후 매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국제 가스 가격 인하분이 가스공사 이익으로 둔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한표 의원(새누리당)은 2013년 5월 민간업자에게도 가스 수입 권한을 부여해 가스공사의 수입 독점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당시 여당과의 당정협의에서 이 법안의 통과를 요청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가스사업 민영화 의도'라는 야당, 시민·사회단체, 가스공사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좌초됐다.


    가스공사는 도입 가격보다는 물량 확보가 더 우선(優先)이라는 입장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익을 따지는 민간업체와 달리 가스공사는 대한민국 에너지 수급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비싸도 사올 수밖에 없다"며 "2011년 9·15 순환정전 사태 이후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장기 계약을 다수 체결하는 과정에서 도입 가격이 크게 올라갔을 뿐 공사의 '방만 경영' 탓은 아니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해외 도입 단가에 대해 공개를 거부했다.


    하지만 베인앤컴퍼니의 김정수 파트너(에너지 담당)는 "우리가 그동안 장기 계약을 고집한 것은 더 싸게 도입할 경우 발생할 위험을 감수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나온 차선책이었다"며 "지금은 예전과 달리 현물(現物) 거래도 활발하고 다양한 계약 방식도 나오고 있으므로 더 싸고 안정적으로 도입할 최선책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덕 아주대 교수(에너지시스템학부)는 "국제 가격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민간기업들에도 LNG 수입·공급 기회를 줘야 한다"며 "민간과 가스공사 중 누가 더 싸게 공급할 수 있는지 국민들이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