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마녀사냥식 공매도 규제의 패착

    입력 : 2015.07.29 09:51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는 상하이종합지수가 8% 이상 급락한 지난 27일 장 마감후 웹사이트에 주식 투자자들의 패닉을 진정시키기 위한 글을 올렸다.


    "국가팀(증시 부양을 위한 주식 매입과 유동성 공급 역할을 맡고 있는 중국증권금융 등의 국가기관)의 철수설은 사실과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증감위는 시스템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안정 역할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중국증권금융은 적절한 때를 봐서 추가로 주식을 매입할 예정이다."


    '국가팀'(증시 부양에 나선 정부 기관 또는 국유기업) 철수 없다


    중국 증권 당국이 강력한 증시 개입의 지속을 재확인한 그 시각 해외 증시의 중국 상장기업들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시장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한 것이다.이어 28일에도 상하이종합지수는 4% 이상 급락세로 출발했다.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장중 변동폭이 6%에 달한 뒤 1.68% 떨어진 3663.00에 마감했다.


    증감위의 발언 중 실제 주목 되는 대목은 그 뒤에 나왔다. "일부 대형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집중매도하고 악의적인 공매도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련 단서를 조사 중으로 (확인될 경우) 엄격히 처벌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증감위는 사회 각계에서 이 같은 단서를 제공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불법행위 신고센터 전화번호와 함께 사이트 주소를 소개했다.이 사이트는 실명 신고와 익명 신고로 나눠 신고하도록 구성됐다.28일에도 주가가 떨어지자 증감위는 이날 또 웹사이트에 전날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도한 세력에 대한 감찰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제는 과연 공매도 근절이 제대로 된 처방인가이다.


    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운영하는 불법행위 신고센터


    희생양 된 공매도


    주닝(朱寧)상하이교통대 고급금융학원 부원장은 최근 파이내셜타임스(FT) 중문판에 올린 컬럼에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세계 각국이 증시 패닉을 진정시키기 위해 공매도 제한에 나섰지만 지금의 중국 공매도 규모는 당시의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 경제 전문 사이트 허쉰에 따르면 27일 현재 공매도 잔액은 16억위안(약3000억원 )으로 신용융자 잔액(1조3361억위안)의 0.1% 수준에 머물렀다. 빚을 내서 주식을 매입하는
    신용융자가 주식을 빌려서 주식을 매도하는 공매도 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중국 정부는 신용융자와 공매도간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공매도에 대한 규제완화를 추진해왔다.하지만 증시 급락으로 이 같은 방향의 개혁은 일단 물건너가게됐다. 중국은 없는 주식을 파는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ling)는 금지하고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 (covered short selling)만 허용하고 있다.


    주 부원장은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때 각국의 공매도 제한조치가 주가하락을 막는데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오히려 투자자들의 신심(信心)만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주가폭락 음모론의 배후로 공매도 세력을 지목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최근 증시가 크게 조정을 받던 초기에 골드만삭스 등 서방의 금융기관 등이 공매도를 쳐서 주가 폭락을 야기시켰다는 음모론이 대표적이다. 급기야 미국 정부 관계자가 그런 일이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은 공안(경찰)까지 동원해서 악의적인 공매도 세력 색출에 나섰다고 공표했다. 과도한 거품 형성을 묵인 방조한 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희생양을 찾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매도의 두얼굴


    공매도 음모론이 도는 이유중 하나는 ‘공매도=악의적’이라고 동일시 하고 있는 탓이 크다.공매도는 자본시장이 발달한 서방에서도 허용여부를 놓고 늘 의견이 갈릴만큼 양면성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 부원장은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이 통치하던 시기에 공매도 행위자를 감옥에까지 보내는 법률이 있었지만 건강하고 균형잡힌 시장에는 필수불가결한 부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공매도에 대한 맹목적인 규제가 시장의 기능을 훼손 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우징롄(吳敬璉) 국무원발전연구중심 연구원은 공매도가 선의적인 것과 악의 적인 것이 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공매도라는 시장 기능이 제 역할을 하도록 내버려 둬야한다고 주장한다.


    주 부원장은 48개국 자본시장을 연구한 결과,공매도를 도입한 국가의 주가가 반드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며 오히려 시장의 정보 발견과 자원배분 역할이 뚜렷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거품이 잔뜩 낀 닷컴회사나 엔론 같은 회계스캔들이 있는 회사에 대해 공매도를 친 투자자는 되레 일반 투자자들이 감사해야할 존재라는 게 주 부원장의 주장이다.과도하게 평가된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해줬기 때문이다. 실제 공매도를 거세게 반대하는 회사일수록 재무상의 문제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미국의 연구도 있다는 게 주 교수의 전언이다.공매도가 시장으로 하여금 더 정확한 정보를 더 많이 수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리웨이 (李偉 ) 장강(長江)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도 "공매도는 증시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키는 투자자들이 많을수록 공매도는 증시 리스크(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부채 리스크)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주 부원장은 "회사의 가치를 잘못 판단해 공매도를 하거나,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공매도를 하는 악의적인 사례도 있지만 그럴 경우에도 장기투자자에게는 큰 문제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싼 값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공산당은 무소불위'라는 잘못된 신념의 임계점


    FT는 28일 '진정으로 시장이 역할을 하도록 해야한다' 제하의 사설에서 중국 당국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증시 부양과 공산당에게는 불가능한 게 없다는 인식 사이의 딜레마다.


    지금과 같은 거래 제한조치 등의 증시 부양을 지속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시장화 계획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고,외국인 투자자들의 신심을 해치고,위안화를 기축통화 반열에 올리려는 노력에도 타격을 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시 부양을 멈출 경우 단기간이지만 심각한 고통이 뒤따르고 안정적인 성장으로 쌓아왔던 '공산당 지도자에게 불가능은 없다'는 가면을 벗을 수 밖에 없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시장에 통제권을 넘기는 게 공산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지만 "시장은 수 주간의 놀라움을 겪은 뒤 비로소 더욱 안전해진다"는 옛 투자가의 말을 되새겨봐야한다고 FT는 강조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은 "중국에서는 지금 정부의 힘 수위를 어떻게 갖고 갈지에 대한 '국가 자율성'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시진핑 정부는 시장이 결정적 역할을 하도록 한다고 밝혔지만 여기서 시장화는 서방과 같은 개념이 아니라 정부도 제 역할을 하는 시장화"라고 말했다. 시장에 왜곡된 질서를 만든 부패 분자를 처리하는 반부패 운동도 중국식 시장화 개혁의 연장선이라는 게 이 소장의 진단이다. 이 소장은 "증시 개입 수위 논란 역시 이 같은 국가 자율성 논쟁이라는 큰 흐름 속에 진행되고 있는데 이 논쟁이 단기간에 끝나기 힘들어 중국 증시도 당분간 출렁거리는 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