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최고 20% 올라... 부동산 열기에 찬물 끼얹나

    입력 : 2015.08.03 09:19

    [하반기 강남권 줄줄이 분양… 더 오를 듯]


    초기 비용·인건비 상승 영향에 미리 땅 샀다 침체기 때 손해본 건설사들 이윤 챙기기 나선 탓


    高분양가 결국 실수요자에 부담… 6월 전국 미분양 주택 다시 늘어
    전문가들 "시장에 악영향 우려"


    수도권 신도시와 대규모 공공(公共) 택지에 들어서는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 가격이 치솟고 있다. 올 상반기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시흥시 목감지구, 의정부시 민락2지구 등 대규모 택지지구에 들어선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작년 말보다 최고 19.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도시와 공공 택지의 아파트는 중산층이 주로 청약을 하는 곳으로 지자체로부터 분양가 심의를 받아야 하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 마음대로 분양가를 높이기엔 제한이 많다. 그럼에도 올해 부동산 시장이 뜨거워지고 시세가 올라가자 이런 지역에서도 분양가가 작년 말보다 3.3㎡당 100만원 이상 오른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되는 동탄2신도시는 19% 올라


    본지가 작년과 올해 신규 아파트를 분양한 수도권 신도시와 대규모 공공 택지 8곳을 분석한 결과, 분양가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경기 동탄2신도시로 나타났다. 올해 7월 말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144만원으로 작년 말(957만원)보다 19.5% 올랐다. 작년 10월 이 지역에서 분양한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4.0' 전용면적 84㎡는 평균 분양가가 3억7980만원이었지만, 올 7월 분양한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3' 전용면적 84㎡는 분양가가 4억3800만원이었다. 같은 시범단지에 있고, 비슷한 중견 건설사 브랜드임에도 분양가가 5820만원 차이가 났다.



    경기도 시흥 목감지구도 작년 말에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892만원이었지만 올 7월 말엔 989만원으로 10.8% 상승했다. 의정부 민락2지구(8.8%)도 상승폭이 컸고, 김포 한강신도시(2.8%)·하남미사강변도시(2.5%)·위례신도시(2.7%) 등도 작년 말보다 분양가가 올랐다. 김지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신도시와 대규모 공공 택지에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시세가 오르자,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 택지가 아닌 민간 택지의 아파트도 분양가가 상승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작년 말 940만원이었으나 올 7월 967만원으로 올랐다. 서울은 올 상반기 강남지역 분양이 없어 평균 분양가가 작년 말보다 하락했지만, 부산은 4.9%, 대구는 16.7%가 상승했다.


    ◇"초기 비용, 인건비 상승 등 구조적 원인도 분양가 상승 한몫"


    분양가가 오르는 이유는 시장 분위기를 타고 건설사들이 이윤 확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리 부지를 사놓았지만 부동산 침체기를 겪으며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 건설사들이 시장이 달궈지자 분양가를 높이며 그동안의 손해분까지 반영해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1·2차 아파트 등 시리즈 아파트를 분양할 때 시장이 안 좋았을 때 분양한 1차는 싸게 내놓고, 그 손해분을 2차 아파트 분양가를 높여 충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도 "건설사들이 지금은 워낙 시장이 좋아 웬만큼 분양가를 높여도 완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분양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도 있다. LH는 지난 수년간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토지를 매각하면서 대금을 3~5년 무이자 할부로 납부하도록 했지만, 시장이 좋아지자 이자를 내도록 변경했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의 초기 금융 비용이 늘었다. 인건비와 철근 가격 등도 상승 추세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아파트 공급이 쏟아지면서 공사장에서는 근로자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서 공공택지 분양가 산정이 느슨해지는 측면도 있다. 최창욱 건물과사람들 대표는 "예전엔 무조건 분양가를 억제했지만, 4월 이후엔 지자체 분양가 심의위원회에서 주변 시세와 프리미엄을 적극 고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분양가 높은 강남, 줄줄이 분양


    분양가는 올 하반기에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분양 가격이 높은 서울 강남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줄줄이 분양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국제아파트를 재건축해 8월 분양하는 '대치 SK뷰'는 3.3㎡당 분양가가 4000만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도 3.3㎡당 2800만원 선에서 분양가가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팀장은 "올 상반기에 서울 강남에서 분양한 아파트가 없어 전체 분양가가 낮았지만, 하반기엔 분양가가 비싼 단지들이 쏟아지며 전체 분양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고(高)분양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분양가가 높아지면 청약률과 계약률이 떨어지면서 주택 경기가 냉각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6월 전국 미분양 주택이 다시 늘어난 이유 중 하나가 고분양가"라면서 "수요자들의 외면을 불러, 주택 시장이 냉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