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IoT 작전명 "구글처럼 개방하라"

    입력 : 2015.08.05 09:45

    독자 OS '타이젠' 무상 제공
    앱 틀·하드웨어도 외부 공개… 개발자·제조사 유혹 나서


    구글도 안드로이드 OS 개방… 세계 스마트폰 80% 장악해


    삼성전자가 구글의 개방형 성공 전략을 사용해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 시장 장악에 나섰다. 사물인터넷은 각종 기기에 센서와 인터넷 통신 기능을 넣어 자동제어나 원격조종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용 운영체제(OS)를 무상으로 배포해 여러 제조사를 우군(友軍)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삼았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무료 제공하는 전략으로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80%를 장악한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


    ◇개방형 전략으로 사물인터넷 공략


    이 전략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의 독자 운영체제인 타이젠(Tizen)이 있다.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OS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개발하는 OS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활용하는 방식을 보면 단순히 안드로이드의 대항마가 아니라 사물인터넷 시대까지 대비한 포석으로 드러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30~31일 인도 벵갈루루에서 개최한 타이젠 개발자 대회의 주제는 '모든 것의 운영체제(The OS of Everything)'였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사물인터넷 기기의 운영체제로도 타이젠을 쓰게 만들겠다는 의미다.


    삼성은 사물인터넷 앱(응용 프로그램)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개발도구 'IoT.js 프로젝트'도 7월에 공개했다. 'js'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사용하는 프로그래밍언어 자바스크립트(JavaScript)의 약자다. 'IoT.js'는 일종의 반(半)제품 같은 소프트웨어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IoT.js'를 필요에 맞게 수정해 앱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개발 기간이나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고 삼성은 설명했다.


    이렇게 만든 앱은 PC나 스마트폰뿐 아니라 온도계, 조명과 같은 소형 기기에서도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가 만들지 않는 작은 기기들에도 사물인터넷 기능이 도입될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하드웨어적인 지원도 강화했다. 삼성은 올가을부터 인터넷 연결·센서 등 핵심 기능을 모아놓은 모듈형 반도체 칩인 '아틱(ARTIK)'의 판매에 들어간다. 여기에 외부 디자인이나 부가 기능을 덧붙일 수 있어 사물인터넷 기기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든다. 소비자가 필요한 기능의 부품을 조립해 스마트폰 완성품을 만드는 구글의 '아라(ARA) 프로젝트'와 비슷한 개념이다.


    ◇핵심 소스코드까지 외부에 공개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개방형 전략을 택한 것은 과거의 쓰라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삼성은 2010년 독자 OS '바다'를 탑재한 스마트폰 '웨이브폰'을 발표했다.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를 모두 직접 개발하는 애플식 전략을 추진한 것이다. 그러나 세계 앱 개발자들이 구글·애플 OS로 몰리면서 바다 OS는 점유율이 2~3%에 머물다 폐기됐다.


    현재 세계 스마트폰의 80% 이상은 안드로이드폰이다. 시장 장악을 위해서는 독불장군보다는 OS를 각 제조사에 무료 제공한 구글처럼 개방형 전략이 유리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삼성은 사물인터넷에서는 이보다 더 개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타이젠은 스마트폰이나 TV 등을 만드는 다른 제조사들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개방형 소프트웨어다. IoT.js 역시 개발 단계부터 소프트웨어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외부에 모두 공개하고 있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소프트웨어학)는 "소스코드를 모두 공개하면 외부 개발자들이 응용할 수 있는 범위가 커지기 때문에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아틱 역시 삼성전자 제품 개발에만 활용하는 게 아니라 외부 개발사나 작은 벤처기업에도 판매할 계획이다. 드론(무인항공기)처럼 삼성전자가 만들지 않는 제품도 외부에서 쉽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전 세계에서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기기가 올해 48억8000만대에서 2020년에는 250억6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사장은 "사물인터넷은 특정 기관·국가의 규격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사물을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아이디어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