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8.06 09:40
[은행들, 각종 혜택 앞세우며 '집토끼 잡기' 전쟁]
간편해지는 자동이체 계좌 변경… 주거래 은행 갈아타기 쉬워져
은행들, 공짜 수수료는 물론 예금 금리 보너스로 얹어… 최고 4.3% 적금 금리도 나와
고객, 꼼꼼히 서비스 살펴야
보험사 직원 이모(40)씨는 입사 때 만든 A은행의 수시입출식 통장을 별생각 없이 11년째 쓰고 있다. 이 통장 금리가 연 0.1%로 없다시피 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휴대폰·인터넷·카드 등 하나둘 추가한 요금 자동이체가 어느새 19개까지 늘어나 이를 다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씨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비교하려고 다른 은행 창구에 들렀다가 "급여 이체 통장을 바꾸고 몇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연 4.3%짜리 적금에 가입할 수 있다. 자동이체도 쉽게 옮길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을 듣고 주(主)거래 통장을 바꿀까 생각 중이다.
통장에 연결된 자동이체 내역을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옮길 수 있는 이른바 '계좌이동제' 시행을 두 달 남짓 앞두고 은행들이 '충성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혜택을 더한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금은 자동이체통합관리서비스(www.payinfo.or.kr) 사이트에서 자동이체 내역을 확인하고 해지할 수만 있지만, 10월부턴 이 사이트에서 원하는 계좌로 자동이체를 바로 변경할 수 있어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은행으로 옮겨가기가 훨씬 쉬워진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집토끼'(기존 충성 고객)를 최대한 지키고 '산토끼'(타행 고객)를 빼앗아오기 위한 은행들의 '계좌이동제 전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선 저금리 시대에 은행들의 경쟁을 활용해 짭짤한 우대 혜택을 챙길 기회란 뜻이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계좌이동제에 대응한 패키지 상품을 내놓으면서 급여 이체, 자동이체 추가 등 몇몇 요건을 충족하면 현금입출금기·이체 등 각종 수수료를 면제하는 '기본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은행들은 아울러 금융사의 가장 큰 '무기'인 금리를 추가해 고객을 공략 중이다.
신한은행 박희모 상품개발부장은 "계좌이동제 상품 개발 과정에서 고객 평가단 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주거래 은행을 바꾸는 이유에 대해 40%가 '금융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예·적금 금리 등에 혜택을 더 준다면 거래하는 은행을 바꿀 의향이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달 계좌이동제에 대응하기 위해 적금 금리로 최고 2.8%(만기 3년)를 받을 수 있는 '주거래 우대 통장·적금'을 내놓았다. 기본 금리 연 1.5%에 급여·연금을 입금하면 0.5%포인트, 휴대폰용 앱인 'S뱅크' 가입이나 펀드 등 적립식 상품 자동이체를 하면 연 0.8%포인트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상품이다.
다른 은행들도 이와 비슷하게 여러 금융 상품을 '뭉치고', 급여·요금 이체 등을 하면 금리를 우대해주는 상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우대 상품은 한 번에 큰돈을 입금하고 묻어두는 정기예금보다는, 매월 자동이체를 할 수밖에 없어 '충성 고객'을 유치하기 적합한 적금 상품이 주를 이룬다.
현재 시중은행 중 계좌이동제 특화 상품의 금리(1년 만기 적금 기준)가 가장 높은 은행은 하나은행이다. 지난달 출시한 '난 할 수 있어 적금 2'는 급여 이체, 인터넷뱅킹 가입, '자신과의 약속'을 하나은행 홈페이지에 쓰기 등 몇몇 요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4.3% 금리를 준다.
기업은행의 '평생 한가족 통장'은 급여 이체, 통장 월평균 잔액 100만원 이상 유지, 아파트관리비 이체 등 '주거래 고객' 조건 중 2개를 충족할 경우 1년 만기 적금에 최고 연 2.05%, 만기 3년은 최고 2.2% 금리를 준다.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은 금융지주 계열사 상품과 연동한 패키지 상품으로 충성 고객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100세 시대 준비'를 키워드로 한 계좌이동제 대응용 패키지 상품 'NH올(All)100플랜'을 지난달 출시했다.
NH금융 계열사 카드·연금 등에 가입하면 적금에 최고 연 1.95% 금리를 준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말 내놓은 '원(ONE)라이프 컬렉션'은 카드·대출 등을 연계할 경우 적금에 최고 1.9%를 주는 상품이다. 지난 3월 대출, 신용카드 등을 묶은 '우리 주거래고객 상품 패키지'를 출시한 우리은행은 8월 중에 예금과 적금을 결합한 계좌이동제 대응용 투자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들은 계좌이동제 시행 후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일제히 높은 금리와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은행들의 서비스를 꼼꼼히 살펴본 후 자신에게 맞는 은행을 한두 개 골라 카드·보험·펀드 등을 통장에 연계하는 방식으로 혜택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좌이동제
은행 거래자가 주(主)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기 원할 때 기존 계좌에 연결된 카드 대금이나 각종 공과금 자동 이체 등을 통합 인터넷 사이트(www.payinfo.or.kr)를 통해 간편하게 옮길 수 있는 제도. 금융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한 서비스로 10월에 전격 시행된다. 지금은 거래 은행을 바꿔 계좌를 옮기면 자동 이체 등은 일일이 거래 회사에 전화해 바꿔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