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8.10 09:34
뚜렷한 목표 갖고 도전장, 종잣돈 대부분 스스로 마련
커피·치킨·음악학원 등 자신있는 틈새시장 공략
기존 프랜차이즈 안주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승부
2009년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천안시 두정동에서 작은 카페를 개업했던 정일섭(32)씨는 6년 만에 가맹점 37개를 보유한 카페 프랜차이즈 업체 '카페세나클'의 대표가 됐다. 삼성SDI에서 기계 설계를 담당했던 그는 "적성에 맞지 않고 미래도 불투명한데 대기업 간판에만 매달려 살아가야 한다는 게 싫었다"며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는 일에 마음이 끌려 20대에 창업을 했다"고 말했다. 창업자금은 전세 자금으로 모아놓은 8000여만원에 은행 대출 4000만원을 보탠 1억2000만원. 20~30대 취향에 맞는 빈티지 스타일의 독특한 인테리어, 브런치 메뉴가 인기를 끌어 2012년 프랜차이즈로 사업을 확장했고, 올해 매출 80억원을 바라본다. 지난해 7월 쓰촨성, 올 5월 산시성 등 중국 시장 공략도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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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 프랜차이즈 업체 '카페 세나클' 정일섭 대표(맨 오른쪽)와 청년 가맹점주들이 지난달 16일 충남 천안시 신부동 카페에서 "여러분 대박 나세요"라고 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천안=신현종 기자
경기도 부천에서 BHC치킨집을 운영하는 김영호(29)씨는 지난해 2월 인하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더 이상 취업에 매달리지 않고 원미구 도당동에 140㎡(약 43평)짜리 매장을 차렸다. 종잣돈은 편의점 점원, 마트 보안요원, 공사장 막일에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청소일을 하며 번 돈 9000만원이었다. 부모님과 선배들에게 빌린 1억3000만원도 보탰다. '3명이 들어와 2명이 망해 나간다'는 치킨집을 20대 나이에 열겠다는 걸 말리는 사람도 많았다. 김씨는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 취업시장에 매달려 있는 것보다 창업에 도전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새벽 3시까지 연중무휴로 일해 지금은 월 매출 3000만원에 500만~600만원씩 순익을 올려 내년에는 빚도 다 갚게 된다"고 말했다.
◇뚜렷한 목표와 아이디어로 틈새시장 공략
주로 중장년 층 중심이던 창업시장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20대 중반~30대 초반 젊은이들이 최악의 청년 실업 시대에 맞서 대기업 대신 커피 전문점이나 치킨집을 차리고 서비스업에 나서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 15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이디야커피의 35세 이하 가맹점주의 비율은 2011년 16%에서 지난해 30%, 올해는 37%에 달한다. BHC 치킨의 경우 최근 5년 새 문을 연 가맹점주 가운데 35세 이하 비율이 15%로, 2010년 대비 5%포인트 증가했다.
창업 전문가들은 "자영업에 도전해 성공한 젊은이들은 3가지 공통점을 보인다"고 했다. 뚜렷한 목표를 갖고 도전했고, 종잣돈의 상당부분을 자기 힘으로 모았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해 끊임없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대학 졸업 후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서 1년여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안대은(34)씨는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보이지 않는 한계를 깨닫고 자영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2012년 강북구 미아동에 호프집을 열어 경험을 쌓았고, 지난해 4월과 10월 연신내와 성수동에 이디야커피 매장을 잇따라 냈다.
숙명여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김의영(29)씨는 유학을 떠나는 대신 음악학원을 차려 현재 직영점 4개, 가맹점 2개를 운영하는 사업가로 변신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100여 명을 개인 레슨한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교습 기법을 개발해 사업으로 연결한 것이 주효했다.
◇"기존 프랜차이즈와 차별화된 아이디어 접목"
창업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활발한 진출이 저(低)성장 국면에 빠진 자영업에 활력을 주는 요소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기존 프랜차이즈에 안주하지 않고, 모바일과 문화 비즈니스를 결합하는 등 젊은 아이디어로 차별화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아이디어만 믿고 무모하게 도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문 계명대 교수(경영정보학)는 "창업에 앞서 관련 업계에서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활동을 하면서 충분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대학원 겸임교수는 "대기업 취업에 목을 매게 만드는 '현대판 사농공상(士農工商) 의식'을 깨고, 젊은 창업자들이 기업가로 성장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며 "창업 교육과 점포 운영, 마케팅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