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8.11 09:23
이랜드가 중국에서 백화점을 운영하는 말레이시아 화교 기업 바이성과 중국 등에서 쇼핑몰 사업을 벌일 합작 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10일 중국에서는 '중국 상업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중국 기업간 전략적 제휴 발표가 있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중국 2위 체인 유통업체 쑤닝윈상이 상호지분 보유를 통해 전면적인 전략 제휴 관계를 맺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이다.쑤닝윈상은 중국에서 1600여개의 대형 가전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쑤닝의 제휴는 중국에서 소비시장을 놓고 벌어지는 유통 대전의 단면을 보여준다. 온라인쇼핑몰 운영업체와 전통 유통업체간 합종연횡이 줄을 잇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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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유통업계의 두 거인인 알리바바와 쑤닝윈상의 경영진이 자본제휴를 발표하고 있다.자료 둥팡
마윈의 승부수 "온오프라인 결합없으면 미래도 없다"
알리바바는 283억위안(약5조2969억원)을 투자해 선전 증시에 상장된 쑤닝의 유상증자에 참여,지분 19.99%를 보유해 2대 주주가 된다. 쑤닝은 140억위안(약2조6203억원)을 투입해 알리바바의 신주를 인수하기로 했다.뉴욕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의 지분 1% 수준이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 유통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라고 전했다.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업그레이드된 유통 서비스로 입점상과 소비자에게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 주겠다는 게 양사가 밝힌 제휴 배경이다.
이날 양사 제휴가 발표된 건 오후 4시(중국 현지 시간). 이날 오전만해도 중국 최대 쇼핑몰 개발업체 다롄완다와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가 쑤닝에 투자할 것이라는 소식이 돌았다.쑤닝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추진을 이유로 지난 3일부터 거래를 정지시킨 상태였다. 이날 오전 왕젠린(王健林) 다롄완다 회장이 장진둥(張近東) 쑤닝 회장,리옌훙 (李彦宏) 바이두 회장 등이 참석한 한 인터넷 포럼에서 쑤닝과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발언한 게 '쑤닝 투자설'로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알리바바가 쑤닝에 단독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20년은 인터넷 경제시대이고,향후 20년은 인터넷 경제와 전통 경제가 상호보완하고 융합하는 시대다.인터넷 기업도 변하지 않으면 전통 인터넷기업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해온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인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날 마 회장은 제휴 발표 기자회견에서도 "알리바바가 오프라인 업체와 융합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알리바바가 지난해 3월 53억위안(약9920억원)을 투자해 인타이상예의 2대주주로 떠오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올해 7월엔 인타이상예의 기존 대주주가 지분을 팔아 32% 지분을 보유한 알리바바가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쑤닝은 2009년 전자상거래에 뛰어들어 자회사 쑤닝이고우를 중국 3대 쇼핑몰업체로 키워냈다.이어 2013년부터 O2O (Online to Offline)비즈니스를 정식으로 개시했지만 온오프라인 결합 비즈니스 모델이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쑤닝은 알리바바를 우군으로 확보함으로써 O2O 비즈니스의 미래 성장에 대한 안정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알리바바의 빅데이터 온라인결제 등의 기술과 쑤닝의 AS 노하우 등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中 유통시장은 온오프라인 합종연횡의 춘추전국시대
중국에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간 합종연횡이 한창이다. 알리바바와 쑤닝 제휴 발표가 있기 사흘 전인 지난 7일 중국에서 알리바바의 최대 라이벌로 통하는 징둥은 43억위안(약8048억원)을 투자해 중국 12위 체인유통업체 용후이슈퍼마켓 지분 10%를 확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다롄완다는 바이두,중국 최대 SNS업체 텐센트 등과 합작한 50억위안 자본금의 전자상거래업체를 출범시킨다고 발표했다. 다롄완다는 최근 계열 완다백화점의 중국내 매장 절반가량을 폐점하기로 결정하는 등 오프라인 유통사업을 구조조정하는 동시에 온라인과의 결합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월마트는 지분을 보유한 중국 온라인 쇼핑몰 업체 이하오뎬의 중국측 지분을 최근 모두 인수하기로 했다. 세계에서는 가장 큰 유통업체이지만 중국 체인 유통업계 순위로는 5위에 머무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도 온오프라인 업체간 융합은 늘어날 전망이다.중국 정부가 전통산업과 인터넷 경제의 융합을 유도하는 인터넷+ 정책을 올해 발표하는 등 이 같은 추세를 북돋우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정책에 따르면 전자상거래도 핵심사업중 하나다.
인터넷+ 정책은 에너지, 화공, 철강, 전자, 의약 분야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이용한 제품 판매 촉진과 전통적 유통업체와 전자상거래 기업 간의 융합을 가속화한다고 적시했다. 또 전자상거래를 응용한 맞춤형 제조도 가속화하고 중소기업의 전자상거래 활용을 적극 독려해나가기로 했다.
농촌에서의 전자상거래도 활성화시키기로 하고 이를 위해 농촌 전자상거래 종합 시범구역을 확대・설치하고, 배송 및 종합 서비스 네트워크를 농촌 지역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농산품・농부산물 표준화 및 물류 표준화도 본격 추진된다.
통관, 검역, 외환결제 등 수출입 업무의 창구 단일화를 통한 해외 전자상거래의 편의성 제고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해외 직구를 한 고객의 권익을 보장하는 시스템도 마련된다. 중국 소비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융합 경쟁이 중국 내 기업뿐 아니라 다국적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로도 확대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사범대 출신 유통업계 거물 마윈과 장진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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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진둥 쑤닝윈상 회장 자료:장난시보
마 회장과 장 회장 모두 사범대학을 나왔다. 1988년 항저우사범대를 졸업한 마 회장은 항저우공업학원의 영어강사로,1984년 난징사범대를 나온 장 회장은 난징의 공장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1980년대말과 1990년대초 사이에 불어닥친 창업 붐은 이들을 기업가의 길로 이끌었다. 장 회장은 27세인 1990년 12월 200평방미터가 안되는 작은 매장을 얻어 에어컨을 팔기 시작했다.쑤닝의 전신이다. 장 회장은 중국 가전유통업체 궈메이와 중국 체인 유통업체 1,2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키워냈다.중국 체인유통경영협회에 따르면 쑤닝윈상의 지난해 매출은 1427억위안으로 궈메이(1434억위안)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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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윈 알리바바 회장 자료:알리바바 사이트
마윈은 1992년 번역회사를 세웠다가 어려워지자 2년 뒤 미국으로 건너가 인터넷을 접한 뒤 돌아와서 1995년 4월 중국 1호 인터넷 기업을 세운다.하지만 이후에도 우여곡절을 겪은 마윈은 1999년 3월 알리바바를 창업하고 B2B B2C C2C 등의 전자상거래 시장을 개척하게 된다. 그는 지난해 9월 뉴욕증시에서 세계 증시사상 최대규모인 250억달러규모의 신규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서 중국 스타트업 기업인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마 회장은 "쑤닝과의 제휴 협상은 두달 정도 걸렸고 그 기간중 장 회장과 직접 만난 것은 두차례에 불과하다"며 "나와 장 회장이 협상과정에 끼어든 건 사실상 없다.젊은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결정을 할 것이라고 믿었다"고 털어놨다. 장 회장은 이날 제휴 발표 기자회견에서 마 회장과 알리바바에 대해 꿈을 쫓고 꿈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하고 쑤닝도 마찬가지라고 자평했다.
두 회장이 꿈꾸는 미래는 뭘까. 마 회장은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를 넘어서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장 회장은 "쑤닝을 월마트와 아마존을 합친 기업으로 키우는게 희망"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마 회장은 이날 제휴 발표 기자회견에서 쑤닝과의 제휴를 '대단한 결혼'으로 비유했다. 그리고 이번 제휴가 중국은 물론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마 회장의 지적대로 두 기업의 문화가 달라 '두 기업의 결혼 생활'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세계는 중국 유통 거인들간 자본 제휴가 글로벌 유통 업계 판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지 주목한다. 쑤닝은 알리바바와의 제휴 모델을 중국에서 성공시킨 뒤 글로벌시장에서도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