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수출 회복... '메이드 포 차이나'에 달렸다

    입력 : 2015.08.11 09:42

    [中 산업 구조조정 불구경만 하다가 對中 수출 빨간불]


    中, 한국 부품·소재 수입해 조립·가공하는 단계 벗어나 자국산 중간재 사용 늘어
    對中 수출 60% 차지하는 부품소재 경쟁력 강화 시급… 中 인프라 건설시장 진출도


    "최근 수년간 진행되어온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대하면서 우리 실력을 키우지 못한 업보(業報)입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최근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에 '빨간불'이 갈수록 많이 켜지는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지난해 0.4% 감소한 한국의 대중 수출은 올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2.4% 정도 줄어 2년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감소 폭도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수출 감소 품목에는 자동차·휴대폰·석유제품 등 한국의 주력산업 분야가 총망라돼 있다. 중국 저가(低價) 자동차의 공습으로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가 줄면서 자동차 부품 수출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국 업체들이 약진하는 휴대폰 분야도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10.5%)을 기록했다. 휘발유·경유 같은 석유 제품은 30% 정도 수출 물량이 줄었다.



    허윤 원장은 "중국은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지난해부터 GDP(국내총생산)에서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섰고, 수입대체 산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며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구조조정은커녕 별다른 대책조차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올 3분기는 더 어렵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감소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무역협회는 10일 "중국 제조업의 위축, 증시 불안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중국 기업의 경쟁력 향상 등으로 3분기에도 대중 수출 둔화는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연구원(KIET)이 이날 중국 진출 한국기업 226개를 대상으로 조사해 내놓은 3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실적·판매·경영환경 등 전 분야에서 100을 밑돌았다. BSI 수치 100 미만(未滿)은 향후 경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업체 수가 더 많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 수출에 타격을 줄 중국발(發) 악재는 이어지고 있다. 먼저 지난달 중국의 수출·입 모두 1년 전보다 8.3%와 8.1%씩 줄었다. 또 중국 기업들의 순이익과 밀접한 생산자 물가지수도 올 7월 5.4% 하락했다. 중국 기업의 수익이 줄고 생산이 감소하면, 이들을 대상으로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도 직격탄을 맞는다. 리우야신 자오상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제의 이런 추세가 당분간 바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중국 수출과 한국의 대중 수출 디커플링(decoupling·비동조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도 주목된다. 최근 20여년간에는 중국의 수출이 늘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도 증가했는데 이런 흐름이 끊어진 것이다. 최용민 무역협회 베이징 지부장은 "중국 정부가 한국의 주력 대중 수출 상품인 중간재 부품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데다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가공무역 비중을 정책적으로 줄이고 있는 요인이 크다"고 말했다.


    ◇"내수 시장 진출과 부품소재 산업 경쟁력 높여야"


    전문가들은 대중 수출을 복원하려면 대중 수출 총량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1년 중국 정부의 경제개발 12차 5개년 계획이 나온 이후 중국 업체들은 자국산 중간재 사용을 늘리고 있다"며 "부품·소재 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 강화로 중국 제품을 압도하는 경쟁력 우위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간재나 가공 무역 의존을 넘어 중국 내수(內需) 시장을 본격 공략하는 것도 대안이다. 이봉걸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제품 개발과 디자인 단계부터 중국 내수시장에 초점을 맞춘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면서 "기존 연해지역 외에 청두, 우한 등 중국 내륙에 대한 적극적 공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중국이 국가적 프로젝트로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중국이 주도한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에 따라 중국 내에서 대규모 인프라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민관 합동으로 중국 인프라 건설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