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8.12 09:22
중국산에 밀려 입지 축소돼 신흥국 시장에 악영향 우려
한국 수출 상품이 최근 10년간 신흥국 시장에선 증가한 반면 선진국 시장에선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선진 시장에서의 입지(立地) 약화는 신흥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수출 한국'의 또 다른 위기 징조로 꼽힌다.
코트라(KOTRA)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한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 50개국에서 한국산 제품의 시장점유율 변화를 분석한 결과, 유럽 지역에서 한국 상품 점유율은 2004년 1.1%에서 지난해 0.8%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북미 시장에서는 2.9%에서 2.7%가 됐다. 반대로 같은 기간 CIS,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선 점유율이 올랐다. 그 결과 50개국 전체적으로는 10년 전 대비 점유율이 0.28%포인트 상승했다.
선진 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밀려난 가장 큰 원인은 중국산 중저가 제품의 공격적인 진출이었다. 북미시장과 유럽시장에서 중국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최근 10년간 6.1%포인트, 3.1%포인트 각각 치솟았다.
한국 수출품의 선진국 시장 약화와 관련, 이봉걸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전 세계 소비자들이 모두 최고의 브랜드가 뭔지 알고 소비한다"며 "현재 신흥국 소비자들도 소득이 높아지면 선진국 소비자들과 같은 제품을 구입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치명적인 신호(信號)"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제품이 선진시장을 재탈환하려면 R&D(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차별화된 제품 개발과 브랜드 가치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단기적 처방으론 선진시장에서 중국 등에 밀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산업체질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장수영 코트라 통상전략팀장은 "한국 기업들이 R&D 투자를 늘리고 브랜드 가치를 키워야 경쟁이 치열한 선진국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