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위안貨 쇼크... 원자재 시장 설상가상

    입력 : 2015.08.13 09:44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으로 원자재 수요 줄어들 가능성
    유가 하루새 4%이상 하락… 금속·농산물도 줄줄이 내려


    올 들어 국제 상품시장에서 거래되는 원유와 금속류 원자재, 농산물 가격의 하락세가 장기화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각국의 잇따른 통화정책 완화에도 글로벌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상품시장의 거래 통화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자재 가격도 좀처럼 상승하지 못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이 이틀에 걸쳐 위안화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면서 원자재 가격이 지금보다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의 통화가치도 하락하면서 수입 부담이 커져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가, 하루 만에 4% 넘게 하락…산업용 금속·농산물도 약세


    지난 11일 중국 인민은행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의 기준가격을 전날보다 1.86% 높은 6.2298위안으로 고시했다(위안화 가치 하락). 수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위안화의 가치를 떨어뜨린 것이다. 이튿날인 12일에도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을 추가로 1.62% 높여 6.3306위안으로 끌어올렸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가 나온 후 원자재 가격은 대부분 크게 하락했다. 11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4.2% 하락한 배럴당 43.08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2009년 2월 이후 약 6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지난해 10월 이후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꺾이기 시작한 WTI 선물 가격은 올 들어 20% 가까이 하락했다.


    중국이 수입하는 물량이 많은 주요 농산물의 가격도 약세를 보였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밀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3.5% 내린 부셸당 5.0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옥수수 선물 가격도 3.4% 떨어졌다. 국제 상품시장의 곡물 가격은 지난 6월 기상이변에 따른 수확 감소 우려에 잠시 오름세를 보였지만, 최근 다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산업용 수요가 많은 금속류 원자재 가격도 약세가 이어졌다. 11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구리와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모두 하락하며 올 들어 각각 18%, 14.9% 내렸다. 금은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전날보다 0.3% 올랐지만, 올 들어 가격은 6.4% 하락한 상황이다.


    ◇아시아 신흥국 통화 동반 약세…원자재 수요 감소 가능성 커져


    전문가들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가 원자재 시장에 큰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달러화 강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커진 데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할 경우 해당 국가 기업들은 더 높은 가격으로 원자재와 상품을 사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12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1.7원 오른 1190.8원을 기록, 지난 2011년 10월 이후 약 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원화 약세). 반면 세계 6개국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1일 97.29를 기록, 올 들어 7.8% 상승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중국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은 가뜩이나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원자재 수요를 더욱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며 "달러화 강세에 글로벌 수요 둔화, 공급 과잉의 세 가지 악재가 맞물리면서 원자재 가격의 추가 하락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원자재 가격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로 수출이 다시 확대될 경우 중국 기업들의 실적 호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원자재 수요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늦어져 달러화 강세가 다소 수그러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이 9월부터 금리를 올려 신흥국 통화와 달러화 간의 가치가 더 크게 벌어질 경우 미국 경제에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 금리 인상이 올해 12월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