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8.17 10:15
요즘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주민등록번호가 '7'자로 시작되는 사람들은 이제 은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다음카카오의 신임 대표이사로 1980년생인 임지훈(35) 케이큐브벤처스 대표가 내정된 일을 두고 나온 말입니다.
일반 대기업이라면 이제 갓 과장 정도 달았을 나이인 임 대표는 시가총액 8조4000억원(13일 종가 기준)에 달하는 거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게 됐습니다. 창업자가 아닌데도 30대가 이런 중책을 맡는 것은 글로벌 IT업계에서도 드문 일입니다.
다음카카오 내부에서는 임 대표 취임 이후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고참 임원들 중 상당수가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석우(48)·최세훈(47) 현 공동대표는 오는 9월 주주총회가 끝나고 나면 어느 보직을 맡을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다음카카오의 등기임원 가운데 임지훈 대표보다 어린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임원급 중 나이가 가장 젊은 편인 정주환(37) 부사장도 두 살이 많습니다.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자 다음카카오는 "나이에 따라서 연공서열이 정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이 때문에 회사를 나가야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런 후폭풍은 다음카카오 내부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IT 기업의 전문경영인들도 "경쟁업체 CEO와 나이 차이가 아버지와 아들뻘 정도 되는데 너무 부담스럽다"는 말을 합니다. 다음카카오에 실적이 밀리면 "나이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미 게임 업계는 젊은 전문경영인이 많습니다. 작년에 선임된 NHN엔터테인먼트의 정우진 대표는 올해 40세입니다. 넥슨코리아의 박지원 대표는 37세로 더 젊습니다. 하지만 두 회사에서 나이가 많은 임직원이 등 떠밀리듯 대거 회사를 그만뒀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러니 다음카카오나 경쟁사들도 '젊은 선장'이라는 점에 너무 신경쓰기보다는 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하고 그 결과에 따라 평가받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