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8.20 09:26
[中경제 정책 어디로 가나]
中정부 경기 부양 의지 강해 통화·환율·재정정책 총동원
위안화 가치 크게 내렸지만 수출에 도움될진 미지수… 금리·지준율 인하 가능성
중국 정부가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3일 만에 5% 가까이 떨어뜨리는 강수를 둔 후 증시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중국 정부의 목표치(7%)보다 낮은 6.8%로 예상한다. 중국 경제성장세가 흔들릴 경우 중국을 주요 시장으로 삼고 있는 우리 경제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 증시에도 나타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위안화 절하로 통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아시아 국가로 한국, 대만, 싱가포르, 태국 등을 꼽았다.
중국 경제 상황은 어떻게 될까. 홍콩에서 만난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경착륙(급속한 경기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지 아직 두고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통화정책의 경우 6개월 정도는 지나야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통화·환율·재정 정책을 모두 활용해 경제를 떠받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전 같은 고속 성장은 어렵더라도 연 6~7% 경제성장률은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수출 진작 효과 있을까
중국의 7월 수출(미 달러화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감소해, 예상보다 크게 저조했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중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는 경제 전문가들 간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래리 후 맥쿼리증권 중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이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수출 여건이 나빠졌지만,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린 이번 조치로 중국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최근 1년 새 유로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23%, 엔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17% 절상됐다"며 "그 결과 올해 1~7월 중국의 대(對) 유럽연합(EU)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대일 수출은 11% 줄었다"고 말했다.
반면 딩슈앙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중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주요 통화들의 가치가 미 달러화 대비 10% 안팎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 정도 규모의 평가절하는 수출을 부양하기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하반기 경기 부양책은?
향후 중국 정부의 통화정책에 대한 전망도 다소 엇갈린다. 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 하반기 중으로 금리는 0.25%포인트, 지급준비율은 두 번에 걸쳐 1%포인트 정도 인하할 것"이라며 "사회기반시설(인프라스트럭처) 투자를 늘리기 위해선 지방정부의 부채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 만큼, 추가로 1조위안 규모의 채권 스와프(맞교환)를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방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담보로 낮은 금리에 인민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도록 해, 이자 비용을 줄여주는 조치다.
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6월을 기점으로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상승세로 전환한 점을 들어, 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그는 "실물경기를 부양하려면 장기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하는데, 금리보다는 지준율을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책금융을 통한 대출을 늘리거나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등 재정 정책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人民)은행은 지난해 11월 이후 금리를 4차례 인하했다.
◇당분간 위안화 약세 전망… 중국 기업도 업종별 명암 엇갈릴 듯
경제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의 금융 개혁이 이어지면서 위안화 가치가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 증시에서도 자금이 빠르게 유출될 수 있다. 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몇 개월 안에 환율 일일 변동 폭을 현행 ±2%에서 ±3%로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저 시에 HSBC 중국 주식 투자 전략가는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하락했던 지난 2011년과 2014년의 경우를 보면 미 달러화 표시 부채가 많은 항공사와 부동산업체, 원자재 수입 비용 부담이 커진 정유업체와 금속 제련업체의 주가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