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로 번진 反롯데... "지나친 국수주의"

    입력 : 2015.08.20 09:33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롯데와 합작 사실에… "日기업, 롯데 손잡고 한국장악" 과한 비난


    한국시장서 年매출 9000억
    네티즌 "롯데유통망 덕분"


    유니클로 성공 사실이지만 수수료 한국에 더 많이 내고 롯데매장 기여도 30% 불과
    전문가 "감정적 격앙 안좋아"


    지난달 말 형제 간 경영권 분쟁 발발 후 "일본 기업의 지배를 받는데 숨기고 있었다"는 등의 비난을 받고 있는 롯데그룹이 이번에는 유니클로와 관련된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가 일본 유니클로의 모(母)회사인 패스트리테일과 롯데쇼핑이 51대 49로 투자한 합작 법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롯데가 일본 기업 좋은 일만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유니클로는 지난해 국내 단일 브랜드로는 신기록인 89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SPA 브랜드(디자인·제조·유통을 한 회사가 담당하는 의류전문브랜드)는 물론 전체 의류 브랜드 가운데서도 압도적인 국내 1위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렇게 성장하면서 얻은 이익이 일본으로 넘어갔으며 그 원인을 합작 파트너인 롯데가 제공했다"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롯데에 대한 반감(反感)이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한 거부로까지 이어지는 건 국수주의적 편견"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의 폐쇄성 등은 개선해야 하지만 유니클로와의 합작으로 한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측면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日 유니클로, 롯데 덕분에 한국에서 성장"


    19일 국내 온라인과 SNS상에서는 "일본 유니클로가 롯데와 손잡고 한국 시장을 장악했다"는 식의 롯데 비난이 들끓었다. 에프알엘코리아가 10년 만에 연 매출 9000억원대로 클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유통업계의 강자(强者)인 롯데의 유통망 덕분이라는 것이다. 유니클로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에 입점하거나 이런 매장과 같은 건물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공통적으로 입지(立地)가 좋은 곳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유니클로가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다. 유니클로의 세계 SPA시장 순위는 자라, H&M, 갭 등에 이어 4위지만, 한국에서는 압도적인 1위이다. 매년 일본으로 가는 금액도 제법 된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로열티와 수수료 등으로 일본 본사에 보낸 돈은 700억원에 달한다. 배당금도 367억원이었다.


    ◇"수수료 일본보다 한국에 더 많이 지급"


    하지만 이런 비난은 편협한 접근이라는 지적이 상당하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유니클로는 현재 국내 155개 매장에 49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일본 기업이라고 하는 것은 도(度)를 넘는 비난"이라고 밝혔다. 또 "롯데와 합작을 한 것이 도움이 됐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고 했다. 국내 유니클로 매장 155개 가운데 롯데 매장에 들어가 있는 것은 49개이며, 총 매출액에 대한 롯데 매장의 기여도는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익 배분도 이론(異論)이 있을 수 있다. 합작 파트너인 롯데쇼핑이 2011년부터 4년간 에프알엘코리아로부터 받은 임대료 등 수수료는 930억원으로, 일본 유니클로가 받아간 로열티·수수료보다 230억원(33%)이 더 많다. 배당금도 일본 측과 비슷한 금액을 받고 있다. 유니클로는 한국을 포함해 16개국에 진출해 있는데, 이 중 한국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100% 자(子)회사로 운영한다. 각국 유니클로가 똑같이 배당해 일본으로 송금한다면, 한국에서 그나마 적게 받아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롯데 경영권 분쟁 이후 반(反)롯데 분위기가 감정적으로 격앙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경영학)는 "글로벌 시대에서 기업 국적(國籍)을 따져 소비하자고 하는 것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의 앞길을 막는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며 "특정 기업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는 몰라도 국수주의(國粹主義)적인 대응이 조직화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