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세대들에 인기 '데이트 통장' 아시나요

    입력 : 2015.08.20 09:40

    [금융권, 2030 전용상품 개발 아이디어 짜내기 경쟁]


    한명 명의로 만든후 각각 입금, 체크카드는 2장 발급해 사용
    SC銀 '내지갑통장' 67% 늘어… 이자도 年 3.5%로 높은 편


    "카드 잔액 부족입니다."


    대학생 강모(24)씨는 최근 여자 친구와 밥을 먹고 계산하다가 창피한 일을 겪었다. 강씨 커플은 보통 번갈아가며 밥값을 내는데, 강씨가 내야 할 차례에서 통장 잔고 부족으로 여자 친구가 대신 돈을 내게 된 것이다.


    강씨는 그날 이후 저렴한 식당으로 데이트 장소를 유도하다가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이 일을 계기로 강씨 커플은 은행에서 데이트할 때만 쓰는 통장을 만들기로 했다. 강씨 명의의 통장을 하나 만들어 매달 각자 20만원씩 입금해 데이트 용도로 쓰고 있다. 강씨는 "계산할 때마다 서로 눈치 볼 일도 없고, 돈을 계획적으로 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데이트 비용은 남녀가 비슷하게 내는 게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대학가에 퍼지면서 20대 커플 사이에서 데이트 통장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통장을 공동 명의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보통 연인 중 한 명의 이름으로 개설하고, 체크카드 두 개를 발급해 사용한다.


    통장에는 남녀가 매달 비슷한 금액을 입금한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서 '커플 통장' '데이트 통장'으로 검색하면 수백~수천개의 관련 사진과 글이 나온다.


    히트 상품이 된 커플 통장은 금융 회사들이 미래 고객인 2030세대를 붙잡기 위한 치열한 아이디어 싸움, 마케팅 전쟁의 결과물이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2030 마케팅을 '묶어 두기' 전략과 '구전(口傳) 효과'의 극대화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한다. 금융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만드는 통장과 카드에서 친근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4050이 돼서도 계속 쓰게 유도하고, SNS 사용 빈도가 높은 2030을 공략함으로써 회사의 이미지를 젊고 활기차 보이게 하려 한다는 것이다. 서강대 전성률 교수는 "2030을 겨냥한 금융권 마케팅은 당장의 수익을 올리려는 의도보다는 브랜드 충성도를 제고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은행 중에선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청춘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이다. SC은행은 작년 7월 미키마우스, 겨울 왕국 등 디즈니 만화 영화 주인공들을 그려 넣은 각종 수시 입출식 통장과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20대 연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이 은행 '내지갑통장'의 경우 소액(일별 잔액 50만~200만원)에도 연 3.5%의 높은 금리를 지급한다. 작년 1분기 3705억원이던 총잔액은 올해 2분기 6203억원으로 67%나 늘었다. SC은행 관계자는 "최근 가장 많은 회의를 하는 내용이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 상품과 2030 타깃 상품"이라고 말했다.


    우리·하나은행·새마을금고 등도 최근 디즈니·카카오톡 캐릭터를 활용한 통장을 내놓으면서 20대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은행들은 통장 표지에 두 사람의 이름과 함께 하트 표시를 넣고 '커플 통장'이라고 적어주기도 한다. 신한은행의 '두근두근 커플 정기예금'도 대표적인 20대 연인 대상 금융 상품이다.

    이 상품은 커플들을 위한 스마트폰 전용 정기예금(1년 만기)으로 50만원부터 1000만원까지 입금이 가능하다. 두근두근 커플샷 스마트폰 앱에서 커플 인증을 하면 연 0.1%포인트, 500만원 이상 가입시 연 0.1%포인트를 더 준다. 예금 잔액의 95% 범위 안에서는 예금 담보 대출도 해준다.


    카드업계에도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등 2030을 잡기 위한 '청춘 마케팅'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여행이나 영화, 카페, 모바일 쇼핑 등 2030의 구미에 맞는 카드를 개발하기 위해 빅데이터 기술을 총동원해 상품을 설계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KB청춘대로'와 '신한 23.5도', '삼성카드2 V2' 등은 모두 2030의 생활 패턴을 철저히 분석해 만든 카드다. 2030이 자주 가는 음식점이나 카페, 쇼핑몰 등에서 5~10% 정도씩 할인이나 적립을 해준다. 청춘대로 카드의 경우 출시 3개월여 만에 발급 건수가 5만건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