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8.26 09:40
[중국發 경제 충격] 원자재 시장 폭풍
"10년 상승 수퍼사이클 끝… 15년 다운사이클 올 것" 유가 30달러 초중반 예상
국내 기름값 7주연속 내려… 하락분 본격 반영은 아직
중국발(發) 세계 경제 침체 우려로 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락했다. 중국 경제의 부상과 함께 원자재 가격이 10년간 상승해온 '수퍼 사이클(super cycle)'이 끝나고 최장 15년간 가격이 하락하는 '다운 사이클(down cycle)'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24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 거래일보다 5.5% 떨어진 배럴당 38.24달러에 마감했다. 국제 유가는 올 하반기에는 배럴당 30달러 초·중반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럴당 35달러線 무너질 수 있다"
이날 유가 하락을 촉발한 동인은 중국 경제 불안이다. 코메르츠방크의 카스턴 프리치 원유담당 수석 연구원은 "이번 폭락은 석유 시장의 펀더멘털이 아니라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장기 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경제 약화로 석유시장의 공급과잉이 더 심화돼 올 연말까지 유가가 배럴당 35달러선이 무너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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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이 중국 증시 폭락 여파로 뉴욕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경악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5일 또 7.6% 폭락해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3000선이 무너졌다. /AP 뉴시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내부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알제리, 베네수엘라, 이란 등 재정이 취약한 일부 회원국들은 감산(減産)을 위한 비상 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 여부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사우디 정부 관리를 인용, "유가가 더 떨어지더라도 OPEC은 감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리 등 원자재 가격 동반 하락
원자재 시장도 패닉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물 경제 흐름을 잘 반영하는 구리(銅) 가격은 최근 3개월간 20% 이상 하락했다. 이달 24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거래된 전기동 가격이 3.13% 급락하며 t당 5000달러 선이 무너졌다. 알루미늄과 아연 가격도 2.5% 하락했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금(金)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은(銀) 가격은 이날 3% 이상 하락해 온스당 15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중국 내수 경기(景氣) 둔화로 산업생산에 쓰이는 은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중국이 최대 수입국인 콩 가격은 최근 한 달간 9% 넘게 내렸다.
◇"환율 상승으로 기름값 하락 안 해"
국제유가 하락으로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7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25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올해 5월 7일 배럴당 65.06달러로 올 들어 정점을 찍었던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30% 가까이 하락했다. 하지만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 평균값은 8월 셋째 주 기준 리터(L)당 1543.76원으로 두바이유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5월 첫째 주(1516.28원)보다 오히려 20원 이상 비싸졌다.
국내 기름값 하락폭이 국제유가 하락분보다 적은 이유는 세 가지다. 휘발유 등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원유가격이 아닌 싱가포르 국제석유제품시장 가격에 연동되는데, 싱가포르 시장 휘발유 가격은 원유 가격 하락폭보다 3%포인트 정도 덜 하락했다. 원화 환율 상승(평가절하) 영향도 있다. 국제유가는 미국 달러화로 거래되는데 올 4월 말 대비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2% 평가절하(환율 상승)됐다.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油類稅)가 가격의 절반 정도에 달하는 점도 요인이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원유 수입부터 제품 판매까진 보통 6주가 걸리기 때문에 최근 국제유가 급락분은 앞으로 국내 기름값에 본격 반영될 것"이라며 "그러나 유류세, 정유사의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원유가격 하락이 기름값에 미치는 영향은 4분의 1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