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8.26 09:58
[중국發 경제 충격]
中 증시 4일간 21% 급락, 코스피는 7거래일 만에 반등
- "저가 매수할 기회"
주식형 펀드에 하루 2626억 유입, 2011년 3월 이후 최대 규모
- 글로벌 惡材 아직 불안
MMF 잔액 120兆 대로 늘고 달러로 가입하는 RP도 인기
- 잠 못드는 홍콩H지수 ELS 투자자
홍콩 H지수 고점 대비 36% 추락… 원금 손실 구간 진입할 가능성도
"고아원 가기 전에 자장면 사주는 것 아닐까요?"(A자산운용 매니저)
25일 여의도의 증시 전문가들은 오래간만의 코스피 반등을 썩 반가워하지 않았다. 여의도에선 코스피가 매일같이 바닥 모르고 떨어지고 있어 '사물장(사면 물리는 장)'이란 별명으로 부른다. 그런데 이날 코스피는 중국(상하이 -7.63%)과 일본(-3.96%) 증시 급락세에도 한때 1.8%까지 반등하는 등 상승세를 보였고, 전날 대비 0.92% 오른 1846.63으로 장을 마쳤다. 7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이정환 한화자산운용 매니저는 "지금까지 과도하게 떨어졌다는 공감대가 생겨났고, 여기에 대북(對北) 리스크가 해소되고 외국인들이 지난 19일부터 코스닥 주식을 1600억원 넘게 매수하면서 투자심리가 좀 되살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증시 급락을 촉발한 악재들이 아직 하나도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날 코스피 반등은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 주가가 급락 후 임시로 소폭 회복되는 것)일 뿐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중국의 위안화 기습 평가절하로 촉발된 '8·11 쇼크' 이후, 국내 자산시장은 배짱과 공포심이 혼재된 가운데 '핵분열'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락 뒤 반등' 학습 효과를 떠올리며 저가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있는가 하면, 이번 쇼크의 원인은 쉽게 해결될 수 없다며 달러 같은 외화(外貨)나 현금 진지 구축에 나서는 투자자도 나타나고 있다.
◇저가 매수 노리고, 주식형 펀드에는 돈 들어와
국내 금융시장은 마치 대규모 홍수가 일어나면 강물의 아랫물과 윗물이 뒤바뀌듯, 자금 흐름이 달라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 2626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지난 2011년 3월 16일(2777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이날 펀드에 과감히 여윳돈 2000만원을 넣었다는 지모(45)씨는 "지금까지 10여년 투자를 해왔는데 코스피 1800이란 숫자를 보고 주식형 펀드에 가입해 손해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이제 한동안 잊고 열심히 생계에 몰두하다가 위기가 지나간 다음에 계좌를 열어보면 된다"고 말했다. 유성천 KB자산운용 상무는 "원화 약세로 수출주 반등을 기대하는 대형주 펀드로 일반인들의 가입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펀드 수익률 순위도 요동치고 있다. 올 수익률 기준으로 상위 40% 수준에 머물던 한투네비게이터펀드가 최근 상위 1%로 올라서는 등 대형주 위주 펀드의 성과가 양호해졌다.
심리적인 안정을 찾지 못한 자금은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안전우산 밑으로 대피하고 있다. 연초 100조원 수준이던 MMF 잔액은 이달 들어 매일 120조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정낙진 한국투자증권 대치센터 PB는 "중국의 성장 둔화로 인한 세계경기 부진 우려가 워낙 큰 데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도 큰 상태여서 자금 유입 속도가 아주 크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달러로 가입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으로의 이동도 빨라지고 있다. KDB대우·대신·신한금투 3개사의 달러 RP 잔액은 이달 기준 4억7486만달러로 연초 대비 약 19% 늘어났다.
◇좌불안석, 홍콩 H지수 ELS 투자자들
반면 중국발 블랙스완(예상치 못한 악재) 때문에 대다수 투자자는 호된 수업료를 치르고 있다. 중국 주가지수에 연동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대표적이다. ELS의 수익을 결정짓는 기초자산인 홍콩 H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서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일명 녹인(Knock-In) 구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홍콩 H지수는 올해 최고점(14801.94) 대비 36% 추락했다. 홍콩 H지수가 1만4000선을 돌파했을 때 ELS에 가입했다는 주부 김모씨는 "홍콩 H지수가 9000선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이 반 토막 날 가능성이 크다는 말에 매일같이 중국 뉴스를 챙겨본다"고 속상해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홍콩 H지수에 연동되어 수익률이 결정되는 ELS 규모는 약 22조원에 달한다.
한덕수 삼성증권 서초지점장은 "금융시장에 위험 요소가 남아있기 때문에 저가 매수라도 시간을 두고 분할 투자하고, ELS 투자자들은 만기까지 남은 시간이 충분하다면 시장 움직임을 관망한 후 판단하는 전략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