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8.26 14:41
오는 10월 '통장전쟁'이라고 불리는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시중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달 말 KB국민은행이 신규 고객에게 전자금융 타행이체 등 3가지의 수수료를 무제한 면제하는 상품을 선보이자 국민은행 보다 계좌이동제 대응 상품을 먼저 선보였던 신한은행도 기존 상품에 '수수료 무제한 면제' 조건을 추가하며 반격에 나섰다. 다른 은행들보다 계좌이동제 대응 상품의 조건이 불리하면 '집토끼'라 불리는 충성 고객들을 대거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 13일 출시한 계좌이동제 대응상품인 '신한 주거래 우대 통장'의 우대 혜택을 개편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날부터 신한카드 결제 실적 1원 이상 혹은 공과금 이체를 1건만 하더라도 전자금융수수료, 신한은행 ATM 수수료, 타행 자동이체 수수료 등 3종의 수수료를 무제한 면제해주기로 했다. 종전에는 신한카드 결제 실적이 월 30만원인 경우 수수료를 월 10~30회 면제해주기로 했는데 수수료 면제 범위를 국민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폭 확대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또 주거래 고객 요건을 만족하면 신한은행 CD기를 통한 타행 이체 수수료를 월 10회 면제해주고 '신한 주거래 우대 통장' 계좌 외에도 다른 신한은행 계좌에 대해서도 수수료 면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출산 등의 사유로 급여이체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더라도 총 2회에 한해 수수료 면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리딩뱅크 탈환을 노리는 KB국민은행은 신규 고객에게 전자금융 타행이체, 자동화기기 시간외 출금, 타행자동이체 등 3가지의 수수료를 무제한 면제해주는 상품을 선보이며 '수수료 면제' 경쟁에 불을 지폈다. 국민은행은 이날 계좌이동제 대응 상품인 'KB국민ONE통장'의 가입자가 출시한 지 20여일만에 1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이 국민은행에 맞대응하고 나선 것은 나라사랑카드 입찰에서 고배를 마시는 등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주거래 고객을 뺏기면 자칫 리딩뱅크 자리를 넘겨줄 수 있다는 경계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 1%대 초저금리로 비(非)이자 수익 확대를 모색 중인 은행권에서는 1·2위를 다투고 있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수수료 무제한 면제 카드를 들고 나오자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좌이동제 시행을 두달여 앞두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공격적인 전략으로 나오면서 다른 은행들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초저금리로 은행권 수익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상황에서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상반기(1~6월) 국민은행의 수수료 수익은 5956억원, 우리은행은 4980억원, 신한은행은 4181억원, 하나은행은 2186억원, 외환은행은 2037억원이었다. 올 들어 수수료를 인상한 은행은 최근 유로화 예금에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한 한국씨티은행뿐이다.
200조원 이상의 결제성예금 '통장 전쟁'이라고 불리는 계좌이동제가 10월에 시행되면 은행 고객이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길 경우 기존 계좌에 연결된 카드 대금이나 각종 공과금 자동 이체 등이 별도 신청 없이도 새 계좌로 일괄 이전된다. 지금처럼 고객이 일일이 계좌번호 변경을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져 주거래은행을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