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내수부진에도 반도체 산업 육성 적극적...국내 업체 이중고

    입력 : 2015.08.31 15:12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도 포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아시아의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IT기업 레노보의 전시장 입구/블룸버그 제공


    IT 전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 2분기에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성장세가 줄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성장률도 가장 낮았다.


    중국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2~2014년 두 배 넘게 늘면서 이 기간 전 세계 판매량의 3분의 1에 가까운 12억7000만대를 팔아치웠다. 홍콩 시장조사전문업체 번스타인 리서치는 그러나 앞으로 몇 년 안에 중국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연간 4억대 수준에서 정체기를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13억 인구의 내수시장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해온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은 레노보는 재고가 큰 폭으로 늘었다. 레노보는 2분기에 평균 12주 분량의 재고를 기록해 삼성(7주)과 애플(4주)보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양 위안칭(楊元慶) 레노보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2분기 엽업 환경은 “아마도 최근 몇년 간 가장 좋지 않았던 것 같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스마트폰 판매 부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칩 제조업체는 물론 일본 샤프를 비롯한 LCD액정 제조업체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제조 장비사인 일본의 도쿄 일렉트론과 산업용 로봇과 스마트폰 제조 장비를 만드는 화낙은 얼마전 내년 3월에 끝나는 2015년 회계연도 실적 전망을 낮춰잡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와 관련해 D램 제품의 중국 수출시장 의존도가 약 40%로 추정되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자체 스마트폰 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격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지난 몇 달 사이에 국내 생산시설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확고히 하기 위해 약 15조6000억원을 들여 첨단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10년간 총 46조원을 투자해 3개의 새로운 반도체 생산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의 내수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 같은 공격적인 확장 전략이 공급 과잉으로 인한 반도체 가격 폭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WSJ는 “경기 하락으로 올해 연말까지 모바일용 D램 반도체 수요가 큰 폭으로 재고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경기 부진에도 중국이 반도체산업에 적극 투자할 뜻을 보이면서 국내 업체들에게 이중의 부담을 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향후 10년간 1조위안(약 18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어체인 BOE와 중국 최대 반도체기업인 칭화유니그룹(紫光集團)도 각각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진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7월 230억달러에 세계 3위 D램 제조사인 미국 마이크론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다.


    미국 당국이 안보 관련 핵심기술을 보유한 마이크론 인수를 방관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이 본격적으로 D램 생산에 뛰어들 경우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높아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국내 업체의 미래 성장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와 LCD 업체들과는 달리 고사양 스마트폰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아이폰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를 공급하는 일본 소니의 경우 주문량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니 측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애플 부품 공급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시장은 우리에게 중요하다”면서도 “중국에서 필요한 센서 공급을 우리가 모두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최근 중국 시장 변화에 따른 영향을 직접적으로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