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01 09:12
-주가하락 상위 20國중 11곳
"中경제 경착륙땐 對中수출 급감"
獨·네덜란드·그리스 17% 급락… 한국은 82개국 중 42위로 중간권
중국의 위안화 가치 절하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증시는 어디였을까? 중국이 위안화 가치 절하를 시작한 8월 10일부터 증시 급락세가 진정됐던 지난 25일까지 전 세계 82개국 증시 등락률을 살펴봤다. 세계 증시 급락의 단초를 제공했던 중국 증시가 가장 많이 떨어진 축에 속했지만, 유럽 증시가 특히 크게 하락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시는 아시아 증시 중에서 적게 떨어진 편에 속했다.
◇"中 수출길 막힌다" 우려에 유럽 증시 하락
유럽 증시가 유난히 많이 떨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위안화 가치 절하로 가장 많이 하락한 20곳 중 11곳이 유럽 국가였다. 그리스 증시와 독일 증시, 네덜란드 증시 등이 17%가량 떨어졌다. 프랑스 증시와 이탈리아 증시도 15% 정도 하락했다. 영국을 비롯,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벨기에도 12~14%가량 떨어졌다. 유로존의 문제아로 꼽히는 그리스나 이탈리아,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 강국으로 불리는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이 모두 하락률 상위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려는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의 대(對)중국 수출길이 막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소비 여력이 줄어들 수 있고 위안화가 평가 절하되면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유럽 명품의 가격이 인상되는 효과가 있어서 유럽 기업들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럽 입장에서는 중국으로 나가는 수출이 줄어들 수도 있다.
대신자산운용의 전우석 본부장은 "이제 막 회생하려는 유럽 입장에선 중국의 소비가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독일의 경우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독일은 중국에 990억달러(약 116조5000억원)를 수출했다.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이다. 그 외 프랑스나 이탈리아, 스페인도 54억~210억달러의 상품을 중국에 수출했다.
◇거품 적었던 韓 증시 상대적으로 덜 하락
전 세계 증시를 패닉으로 몰고 갔던 중국 증시는 82개국 중 둘째로 많이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증시는 올해 초 3200선이었는데 지난 6월 5160선까지 치솟다가 다시 제자리 수준으로 돌아왔다. 고점 대비 40%가량 떨어졌고, 위안화 평가 절하 이후 하락률은 18% 수준이었다. 뒤이어 홍콩과 대만 등 중화권 증시가 많이 떨어졌다. 11~14%가량 떨어졌다.
그 외 일본 닛케이 평균은 10.9%가량 떨어지면서 82개국 중 스물아홉째로 많이 떨어졌고, 한국 코스피지수는 그보다 적게 하락했다. 8.7%가량 떨어졌다. 마흔둘째로 많이 떨어진 것으로 딱 중간 정도 떨어진 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일본이나 중국 대비 덜 올랐기 때문에 떨어질 때도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올 초엔 일본 엔화 약세 기조에 밀려서 국내 대형 수출주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됐고 이 때문에 지수가 짓눌린 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위안화 환율이 평가 절하되기 이전부터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타고 있었던 것도 이 기간 하락률이 낮게 나온 이유로 꼽힌다. KDB대우증권의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4월 고점 이후로 이미 한국 증시가 하락세를 타고 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신흥국, 덜 하락했나?… 일종의 착시 효과
지난 10일부터 보름간 일부 신흥국 증시의 하락률은 6~8%를 기록하기도 했다. 칠레는 6.5%, 태국과 멕시코·남아프리카공화국은 8.4%가량 떨어졌다. 위안화 절하 이후 신흥국 증시가 덜 영향을 받았던 것처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기한을 늘려서 보면 신흥국 증시 하락률이 선진국 증시 하락률보다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의 김재은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이야기가 시작될 때부터 자금 회수를 우려한 외국인 자금이 신흥국 시장에서 빠져나갔다"며 "이미 외국인 자금이 상당 부분 회수됐기 때문에 이 기간 상대적으로 덜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 대외 악재엔 신흥국 증시가 선진국 증시보다 더 민감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