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04 09:15
-연준 경기동향보고서 발표
"실업률은 더 떨어졌지만 물가는 대부분 변동 없다"
경기지표의 상충된 흐름에 '9월 금리인상' 견해 엇갈려
-中 경착륙 우려까지 겹쳐
"금리 올려 불확실성 제거" 中 경기둔화로 신흥국 고통
세계 경제에 악영향 우려도
IMF "신중한 결정 내려야"
운명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2주가량 앞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지속돼온 제로(0) 금리 시대를 끝내고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기 위해 이르면 9월을 목표로 금리 인상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엇갈리는 미국 내 경기지표에 중국의 경착륙 우려,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까지 더해지면서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오는 16~17일 열리는 FOMC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미국 경제, 엇갈리는 지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두 가지 지표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다. FOMC는 성명서에서 "노동시장의 추가적 개선이 이뤄지고 물가상승률이 중기 내에 2%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는 합리적 확신이 있을 때"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혀 왔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지표가 완전히 상충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연준이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의 실업률은 최근 두 달 연속 5.3%를 기록해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실업률만 보자면 당장 금리를 올려야 할 판이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저유가 등의 영향으로 매우 미약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0.1% 상승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올렸다간 자칫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연준 내 고위 인사들 사이에서도 두 지표 중 어느 쪽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금리 인상에 대한 견해가 크게 엇갈린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일 "인플레이션이 2%에 도달할 것이라는 확신이 점점 불확실해지고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반면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기까지 상당한 시간 차이가 나는 만큼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9월 인상에 힘을 실었다.
2일 발표된 연준의 경기동향 보고서(베이지북)도 이런 딜레마를 떨쳐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베이지북은 "실업률이 더욱 떨어져 일부 지역에서는 유휴 노동력을 찾지 못해 임금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물가에 대해서는 "보스턴·뉴욕 등 10개 연준은행 관할 지역에서 대부분 변동을 보이지 않았거나 아주 약간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재 투자전략팀장은 "베이지북 내용으로 볼 때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50% 정도"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이 대형 금융사 소속 이코노미스트 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는 9월 금리 인상을 점친 전문가가 48%였다. 지난번 조사 때 77%보다 상당히 낮아진 것이다.
◇"준비된 이벤트" vs. "심각한 악영향"
이 때문에 9월 FOMC가 다가올수록 불확실성이 제거되기는커녕 오히려 높아지는 양상이다. 미국에서 주요 경제지표나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9월 금리 인상 가능성과 연계시켜 주가가 출렁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까지 겹치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7~29일 열린 연준 연례회의(일명 잭슨홀 미팅)에 참석한 각국 중앙은행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고심하지 말고 행동에 나서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금리 인상으로 일시적인 부작용이 나타나더라도 하루빨리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 총재는 "연준의 금리 인상은 오래전부터 예상됐던 일이고, 언젠가는 해야만 한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이제 때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금리 인상이 아무리 예고된 이벤트라고 해도 실제 현실이 되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특히 중국 경기 둔화로 고생하는 신흥국의 경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부채 부담이 늘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 큰 충격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금리 인상을 내년으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해온 국제통화기금(IMF)은 2일 "금리 인상이 세계 경제에 심각한 하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IMF는 4일 열리는 G20재무장관 회의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미국 달러화 강세, 신흥국 통화 불안, 원자재 가격 하락, 자본 유입 감소 등 복합적인 리스크에 노출됐다"며 "미국이 지표에 기반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