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04 09:21
[벤처社 수십 곳 하반기에 IPO… 캐피털측 투자금 회수 '대목']
투자 받은 업체 코스닥 상장, 캐피털측 최대 수십배 수익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황을 띠자 신규 상장사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 업계에도 활기가 넘치고 있다. 보통 기업이 새로 상장할 경우 투자사들은 프리IPO(상장 전 미리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를 통해 지분 일부를 매각하거나 상장 후 장내에서 주식을 파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수십 기업이 올 하반기 IPO를 앞두고 있는 만큼 벤처캐피털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동운아나텍·펩트론, 벤처캐피털에서 200억원대 투자받아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코스닥 시장에 새로 상장된 17개사 중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은 적이 있는 회사는 총 15곳이었다. 88.2%로, 지난해 말(65%)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벤처 투자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반도체 칩을 설계하는 동운아나텍은 스틱인베스트먼트·프리미어파트너스 등에서 받은 누적 투자금이 230억원을 넘는다. 약효 지속성 의약품 개발사 펩트론도 벤처캐피털에서 투자금 약 200억원을 받았다. 바이오 업체 파마리서치프로덕트가 유치한 누적 투자금도 19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캐피털은 상장 전후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은 기업이 상장하기 수년 전에 투자해 상장 시점에는 지분이 보호예수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상장 직후 지분 매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핀테크(IT와 금융의 결합) 관련주로 분류되는 민앤지는 6월 말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는데, 지난 2013년 이 회사에 70억원을 투자한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약 7배 수익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벤처캐피털 회수 시장의 25%가 IPO
벤처캐피털이 상장 '대목'을 반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체 투자금 회수 시장에서 IPO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1~7월 국내 벤처캐피털이 회수한 투자금 중 IPO를 통한 회수금 비중은 25.2%였다. 지난해(18%)와 비교해 7%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장외 매각 및 상환을 통한 회수금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으나, IPO 를 앞두고 구주를 매각하는 프리IPO가 상당수다.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M&A 불모지에 가까운 우리나라 벤처 시장 특성상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IPO를 기대하는 것 외엔 달리 방도가 없다"며 "하반기에도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은 업체가 대거 상장을 앞두고 있는 만큼, 벤처 투자 업계 분위기도 상당히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한국거래소는 올해 안에 220곳을 상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올 초 밝혔던 목표치(170곳)보다 50곳 많은 숫자다.
◇더블유게임즈·하이즈항공·덱스터…하반기 투자금 회수 활발
벤처캐피털들은 올 하반기 새로 상장할 기업들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지노 게임 개발사 더블유게임즈는 공모 규모가 2000억~3000억원에 달할 전망인데, 이 회사에 투자한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수익을 약 20배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LB인베스트먼트는 항공기 부품 제조사 하이즈항공의 IPO로 약 10배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즈항공은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LB인베스트먼트는 이외에도 시각 효과 전문 업체 덱스터를 통해 5배 이상 수익을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도 민앤지·동운아나텍·이노션 등에 이어 LIG넥스원·엠지메드의 IPO를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설 예정이다. 방위산업체 LIG넥스원은 오는 22~23일 공모주 청약을 실시할 계획이며 코넥스 시장 상장사 엠지메드는 코스닥 이전 상장에 앞서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