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한국진출] 유료방송업계 '시큰둥'...유학파 '환호'

    입력 : 2015.09.10 09:08

    미국 최대 온라인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9일 "내년 초 한국 유료방송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넷플릭스가 북미 지역에서처럼 한국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의 최강자 미국 넷플릭스가 9일 한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한국 유료방송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블룸버그 제공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 평균 접속 속도는 세계 평균보다 5배 빠른 수준이다. 초고속 인터넷 회선 보급률도 96%로 60%인 세계 평균을 웃돈다. 환경만 놓고 보면 인터넷에서 스티리밍 형태로 동영상을 공급하는 넷플릭스가 충분히 탐을 낼 만 하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와 수준 높은 콘텐츠 소비 방식을 갖고 있다"며 "한국 시장을 넷플릭스의 성장과 시장 확대를 견인할 전략적 거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인구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는 점도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요인이다. 넷플릭스 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는 단말기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서비스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스마트TV, 태블릿, PC, 셋톱박스 등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기기들과 연결해 이용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가 넷플릭스의 성공을 보장할까. 국내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들은 넷플릭스가 북미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가격 경쟁력을 꼽는다. 미국의 경우 유료방송 이용료가 평균 80달러(약 9만5000원)나 된다. 1만원을 넘지 않는 넷플릭스의 가격 경쟁력이 있었던 것이다.


    반면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넷플릭스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저가 정책을 펼치고 있다. 넷플릭스의 월정액 요금은 최소 7.99달러(약 9500원)다. 국내 한 유료방송업체 관계자는 "이미 한국에서도 IPTV(인터넷TV), 케이블방송을 통해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넷플릭스 홈페이지에 접속을 시도하면 '당신의 국가에서는 아직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현재는 '당신도 곧 한국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라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 넷플릭스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대신 국내 사업자 가운데 한 곳과 계약을 맺고 결합 형태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넷플릭스는 현재 KT, LG유플러스를 유력한 파트너사 후보로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이용자들의 시청 행태도 넷플릭스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IPTV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이용자들은 IPTV를 시청할 때 외국 영화보다 한국 영화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넷플릭스는 고화질의 영화 9000여편과 TV시리즈 2000여편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당수 외국 콘텐츠다.


    한 유료방송 업체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국내 영화 판권 계약을 어떻게 맺는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자체 제작 역량을 보유한 넷플릭스가 한국 정서에 어울리는 콘텐츠를 직접 제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미국 생활 경험이 있거나 해외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넷플릭스가 한국 유료방송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돌아온 한 한국인 넷플릭스 회원은 "한국에 돌아와 TV를 볼 때 가장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넷플릭스만큼 방대한 콘텐츠가 없다는 점"이라며 "영어로 된 어린이 콘텐츠와 작품성 높은 드라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케이블TV는 무료앱을 통해 신속하고도 간단하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일명 ‘FAST(Free App Simple Timely)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다"며 "넷플릭스의 진출로 국내 미디어 업계가 변화를 나타낼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조 연구원은 "넷플릭스는 TV와 컴퓨터는 물론 스마트폰, 게임기, 태블릿 등 인터넷이 가능한 모든 단말기에서 원하는 VOD(주문형비디오)를 볼 수 있는 데, 이 강점이 국내 소비자를 얼마나 파고들지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