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8개 열린다"... 유통업계 '키즈 고객' 모시기

    입력 : 2015.09.10 09:21

    [저성장기에도'에잇 포켓 키즈'시장은 전망 밝아]


    - 27兆규모 '에잇 포켓 키즈' 시장
    마트에 유아용품 편집매장, 백화점도 키즈카페 등 마련
    아동 대상 문화센터 강좌도
    아웃도어·가구업체… 키즈 브랜드 출시해 인기


    유통업계에 '키즈(kids) 마케팅' 바람이 뜨겁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유아용품 매장과 관련 시설을 늘리고 있다. 아웃도어·가구 업체들은 유아용품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전반적으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아동 관련 제품 소비는 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유아용품을 위한 지출은 부모와 조부모(祖父母), 외(外)조부모, 삼촌, 고모(혹은 이모) 등 8명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그래서 '에잇 포켓 키즈(8 pocket kids)'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다.


    ◇마트, 아웃도어, 家具 모두 '어린이' 바람


    이달 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문을 연 이마트 광교점은 2층에 '베이비존'이라는 유아용품 편집매장을 마련했다. 매장 면적은 310㎡(약 94평)로 다른 전문 매장보다 4.5배 정도 넓다. 노은정 이마트 베이비팀장은 "매출을 비교해보면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일회 방문 시 상대적으로 더 많은 돈을 쓰고 대형마트도 자주 찾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젊은 부부들이 많은 지역인 만큼 유아용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매장을 갖추는 게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노스페이스 키즈 매장에서 어린이가 암벽 등반을 하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키즈 브랜드 단독 매장을 열면서 암벽 등반 체험이 가능한 시설을 마련했다. (사진 오른쪽)이마트는 광교점을 열면서 기존 유아용품 매장보다 4배 이상 넓은 '베이비존'을 마련했다. /현대백화점·이마트 제공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문을 연 판교점에 어린이 책 미술관과 키즈카페 등을 꾸몄다. 백화점 안에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회전목마도 설치했다. 권태진 마케팅팀장은 "아이를 둔 엄마는 물론, 미혼 고객들의 키즈 매장 방문 횟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문화센터 강좌의 60% 이상을 유아·아동 대상 강좌로 구성하고 각 점포별로 1년에 80개씩을 추가하고 있다. 이선대 롯데백화점 상무는 "문화센터 자체가 이익으로 직결되지는 않지만 아이와 함께 백화점을 자주 찾는 엄마들이 장을 보거나 쇼핑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래 고객인 아이들에게 친숙한 브랜드가 된다는 점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2007년 아웃도어 업체 최초로 키즈 브랜드를 출시한 노스페이스는 올해 13개의 키즈 매장을 백화점에 입점했다. 이 중에는 아이들이 직접 암벽 등반을 해볼 수 있는 체험형 매장도 있다. 지난해 키즈 브랜드를 내놓은 네파도 올해 백화점 단독 매장 19곳을 열 예정이다. 지난해 9월 유아 가구 전문 브랜드를 내놓은 가구업체 현대리바트는 1년 만에 2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고객 반응이 좋아 온라인용 키즈 브랜드도 별도 출시했다.


    ◇매출 孝子이자 신성장 동력


    키즈 마케팅은 저성장기 유통업계의 새 성장 동력이다. '에잇 포켓 키즈'라는 말처럼 유아·아동용품에 관한 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데 관대하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의 경우 수년째 매출이 줄어들고 있지만, 마트 내 완구전문매장 토이저러스는 매출이 늘고 있다. 토이저러스의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2013년 0.3%, 지난해 4.2%, 올 상반기 10.1%였다. 5년 전 10개였던 토이저러스 매장은 올해 34개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출산율 저하와 경기(景氣) 침체 국면에서도 '에잇 포켓 키즈' 시장의 전망이 밝다고 본다. 올해 이 분야 관련 시장 규모는 27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홍성태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각 가정마다 자녀 수가 적다 보니 아이들을 위해 쓰는 금액이 커지고 친척·친구들의 관심도 높다"며 "기업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