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형 배터리에서 전자펜까지... 삼성·애플, 싸우면서 닮아가네

    입력 : 2015.09.14 08:57

    삼성전자·애플이 최근 내놓은 신제품들을 보면 "싸우면서 닮아간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두 회사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법정에서는 특허 소송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품은 점점 비슷해지는 중입니다.


    애플은 9일(현지 시각) 태블릿PC '아이패드 프로'용 전자펜을 선보였습니다. 삼성전자가 2011년부터 전자펜이 달린 대(大)화면 스마트폰 '갤럭시노트' 시리즈로 인기를 끌었지만 애플은 애써 외면했습니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생전(生前)에 대화면과 전자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잡스의 후임인 팀 쿡 최고경영자는 시장의 추세를 따라 지난해 대화면 '아이폰6 플러스'를 출시했고 이번에 전자펜까지 채택했습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대해서도 최근 "삼성만의 강점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올해 나온 갤럭시S6·갤럭시노트5가 배터리를 갈아 끼울 수 없게 본체에 내장한 일체형이기 때문입니다. 외장 메모리를 끼워 저장용량을 확장할 수 있는 슬롯도 없앴습니다. 둘 다 애플 아이폰이 먼저 채택한 디자인입니다. 삼성은 지난해 분리형 배터리를 삼성의 강점으로 내세우며 아이폰과 비교하는 광고까지 내보냈지만, 1년 만에 방향을 180도 전환했습니다.


    심지어 작명(作名)방식까지 아이폰과 비슷해졌습니다. 갤럭시S6 엣지보다 화면이 커진 신제품에 '엣지 플러스'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6와 이보다 화면이 큰 '아이폰6 플러스'를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기술 발전에 따라서 스마트폰 성능이나 디자인이 비슷하게 수렴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제조사들은 시장의 검증을 거친 기능·디자인을 신제품에 계속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각 제조사 고유의 색깔이 사라져가는 모습이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대세(大勢)를 따른다고 해도 경쟁 제품과 차별화하는 기능과 디자인이 있어야 스마트폰 시장을 더 풍성하고 다양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