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14 09:30
노사정, 대화 시작 1년 만에 대타협…국회 일정 고려한 듯
한국노총 14일 최종 동의하면 15일 최종 문안 서명식 개최
노사정이 13일 밤늦게까지 이어진 협상 끝에 취업규칙 요건 완화, 근로계약 해지 기준 명확화 등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혁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진 이후 약 1년 만이다. 노사정은 주요 쟁점이었던 일반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해 정부와 노사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하기로 했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은 이날 오후 8시에 기자 브리핑을 갖고 "쟁점사항에 대한 의견일치를 보고 최종 조정 문안을 작성했다"며 "취업규칙, 일반해고와 관련해서도 합의를 이뤘다"고 말했다. 김대환 노사정 위원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동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 노사정 4자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후 6시부터 회의를 재개했다.
◆ 노사정 사실상 대타협…'일반해고·취업규칙 변경' 충분히 협의하기로
이날 노사정이 합의를 이룬 사항은 ▲청년고용 확대 노력 ▲근로계약 해지 등의 기준과 절차 명확화 ▲기간제·파견근로자 등 고용안정 및 규제 합리화 ▲근로시간 적용제외 제도의 개선 ▲임금체계 개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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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사정이 13일 열린 4자 대표회의 결과 대타협에 성공했다. 왼쪽부터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 위원장, 김동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이윤정 기자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일반해고, 즉 근로계약 해지 등의 기준과 절차의 명확화에 대해 노사정은 관련 전문가가 참여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하기로 결정했다. 노동계 측은 그동안 전문가 참여, 경총·전문가 측은 법과 판례에 따른 명확화 등을 주장했는데 양측 주장이 모두 들어간 것이다.
또다른 쟁점이었던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와 관련된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노사정은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칠 것을 약속했다.
정부는 청년고용 확대 노력과 관련해 청년고용을 확대하는 기업에 세대간 상생고용 지원, 세무조사 면제 우대와 같은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노사정은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된 재원을 청년고용에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이밖에 기간제·파견근로자 등 고용안정 및 규제 합리화에 관해서 노사정은 관련 당사자를 참여시켜 공동실태조사,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근로시간 적용제외 제도의 개선은 2016년 5월 말까지 실태조사 및 노사정 논의를 통해 마련한다.
노사정은 정부가 제시한 시한인 10일까지 합의를 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노동개혁 관련 법안 상정 시점 등을 고려해 한발씩 양보해 대타협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김대환 위원장은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관련해 대표자들의 합의가 이뤄진 것은 대단히 의미가 있다"면서 “인내와 어려움을 극복하고 노사정 대표자들이 결판을 내려서 최종안이 작성 됐다"고 설명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합의로 고용 안정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기업 경쟁력이 강화되고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나눠줄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기업들의 직접 채용도 늘며 비정규직이 줄어드는 1석4조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노사정, 대화 시작 1년 만에 극적 대타협
노사정이 머리를 맞댄 것은 지난해 9월 부터다. 박근혜 대통령이 노사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주문한 이후 노사정 대표가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 1차 회의를 연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한국노총과 새누리당이 정책협의회를 만들면서 희망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한국노총은 2011년 정부가 복수노조를 허용하자 정부와 대화를 중단한 상황이었고 새누리당과 대화에 나선 것도 3년 만이었다.
그러나 임금체계 개편과 비정규직 처우 개선, 정규직 과보호 해소 등 주요 사안을 두고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합의문에 들어가야 할 문구 선정에서도 노사 의견 대립이 첨예했다. 사측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시장 구조개혁 원칙에 '고통 분담'이라는 문구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한국노총은 이에 강경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한국노총은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조속한 입법화’ 등을 문구에 포함할 것을 했지만 경총은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환 위원장은 위원장직을 걸고 지난 3월까지 합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한국노총은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정부를 중심으로 노동시장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졌고 지난 8월 26일, 한국노총은 노사정 대화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노사정은 약 20일 간 4인 대표자 회의 6번, 간사회의 9번을 거쳐 최종 합의 문안을 만들었다.
한국노총은 14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최종 합의 문안에 서명을 할 지 여부를 결정한다. 서명하기로 결정 하면, 15일쯤 노사정위원회는 본회의를 열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최종 문안 서명식을 연다. 이후 노사정 주체별로 각자 이행해야 할 과제를 분담한다. 정부는 14일 있을 당정협의에서 합의 문건을 토대로 노동분야 구조개혁 입법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