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17 09:19
"전자화폐 진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
OK캐쉬백 등 전자화폐로 진화… 교통카드처럼 충전, 선물도 가능
온라인선 간편결제수단으로 이용
대학원생 김모(27)씨는 요즘 현금이나 신용카드 못지않게 '멤버십 포인트'를 쓰는 일이 부쩍 늘었다. 얼마 전 선물로 받은 5만원짜리 상품권을 멤버십 포인트로 교환해 써 보니 잔돈을 거슬러 받거나 서명을 할 필요도 없어 훨씬 편리했기 때문이다. 그는 "교통카드처럼 아예 멤버십 포인트를 일정액 충전해놓고 쓰고 있다"고 했다.
대기업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주로 이용해 왔던 멤버십 포인트가 전자화폐로 진화하고 있다. 적립한 사용액만큼 단순히 자사 계열사 제품이나 서비스 할인을 해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포인트를 원하는 만큼 충전해 현금처럼 쓸 수 있게 되면서다. 이용자가 급증하고, 멤버십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분야도 점점 확대되면서 시장 규모도 커졌다. 현재 300여개에 이르는 멤버십 포인트 제도를 통해 국내에 유통(적립·사용)되고 있는 포인트 규모는 이미 1조원에 이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다른 재화·서비스와 교환할 수 있고, 누구나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화폐의 특성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간편 결제 수단으로도 쓰여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전자화폐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멤버십 포인트는 SK플래닛의 OK캐쉬백이다. 제휴 상품을 구매하면 포인트를 주는 '리워드 마케팅(reward marketing)' 도구에 머물러 있다가 2013년 현금 충전과 선물 기능을 도입했다.
회원 수가 3900만명에 달하고, 충전하고 사용하기 편한 것이 장점이다. OK캐쉬백 웹페이지(www.okcashbag.com)나 OK캐쉬백 모바일 앱에서 포인트를 구매해 충전할 수 있다. SK플래닛 측은 "충전해 놓은 포인트는 인터넷이나 모바일 상에서 비밀번호만 입력하는 방식으로 간편하게 결제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이용해 OK캐쉬백을 미국의 페이팔이나 중국 알리페이처럼 쓰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직장인 심모(25)씨는 "공인인증서 없이 결제가 가능해 10만원 정도씩 충전을 해놓고 온라인·모바일 쇼핑용 간편 결제 수단으로 쓰고 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에게 계좌이체하듯 선물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전자화폐로 쓰임새가 부각되면서 OK캐쉬백 충전액은 2013년 2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150억원(연말 300억원 예상)으로 급증했다.
CJ그룹의 'CJ ONE(원) 포인트'도 충전하기와 선물하기 기능을 갖추면서 CJ그룹 내의 '전자화폐'로 변신 중이다. CJ 상품권이나 YBM 교육 상품권을 인터넷 홈페이지(www.cjone.com)에서 포인트로 전환해 충전할 수 있고, 하루 2만 포인트(2만원)까지 선물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충전한 포인트는 CJ그룹 계열사 브랜드에서만 쓸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CJ몰)과 영화관(CGV), 식음료점(뚜레쥬르·투썸플레이스·빕스), 온라인게임(넷마블), 인터넷·모바일 TV 다시보기(티빙) 등이다. CJ ONE 포인트 회원은 2000만명에 달한다. 업계는 CJ ONE 포인트의 유통 규모를 1000억원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포인트, 전자화폐로 진화해야"
OK캐쉬백, CJ ONE 포인트와 더불어 최근 전자화폐로의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SPC그룹의 해피포인트다.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 등 SPC 계열 매장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올해 8월 말 기준 회원수가 1750만명에 달하는 대형 멤버십 포인트로 성장했다. 업계는 해피포인트의 연간 적립·사용 규모는 700억~800억원대 내외지만, 다른 멤버십 서비스에 비해 적립률이 높아 실제 회원들의 계정에 쌓여 있는 포인트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PC 계열사의 경우 구매액의 5%를 무조건 적립해준다. G마켓, YES24, 하이마트 등 다른 기업과도 적립 제휴가 되어 있고, 에버랜드, 국립오페라단, 롯데관광, 인터파크티켓 등 각종 문화·관광·놀이 상품에 쓸 수도 있다. 아직 충전·선물 기능은 없다. SPC 측은 “해피포인트를 전자화폐 플랫폼(기반 기술)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회원 간에 포인트를 주고받는 기능은 이미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멤버십 포인트가 전자화폐로 진화해 가는 트렌드는 모바일 전자지갑과 O2O(오투오·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의 등장 등 소비와 유통, 결제의 전 과정에 IT 기술이 확산됨에 따라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인식되고 있다. O2O 전문가인 얍컴퍼니 안경훈 대표는 "기존의 ‘마일리지’ 개념만으로는 (스마트폰을 통해) 수많은 할인 정보와 제휴 마케팅에 노출되어 있는 소비자를 붙잡을 수 없는 환경이 되고 있다"면서 "제휴선을 확대하고 다양한 핀테크 기술과 연계해 진짜 화폐 못지않게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포인트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