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21 09:04
전자지갑 '얍' 만든 안경훈 얍글로벌 대표
KT '클립(Clip)'과 SK플래닛의 '시럽(Syrup)'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전자지갑 시장의 '판'을 뒤흔드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가가 있다. '얍(Yap)'을 운영하는 안경훈(52) 얍글로벌 대표다. 전자지갑은 각종 멤버십 카드와 할인 쿠폰, 신용카드 정보를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에 저장해놓고 사용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6월 등장한 얍은 현재 회원 수 300만명, 가맹점 10만개를 확보해 KT클립(가맹점 11만개), SK플래닛 시럽(가입자 1450만명)과 함께 이 시장을 3분하고 있다. 안경훈 대표는 "중국의 유통 대기업 뉴월드 그룹이 올 8월 우리 회사에 220억원을 투자해 주요 주주가 된 것도 얍의 기술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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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사 로고 앞에 선 얍글로벌 안경훈 대표. 그는"전자지갑 얍을 중심으로 유통,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참여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철환 기자
안 대표는 "전자지갑은 그 자체로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라고 했다. "매장 추천부터 멤버십 포인트, 쿠폰 사용, 결제에 이르는 소비의 전(全) 과정이 전자지갑 앱 하나로 가능해졌습니다. 사용자가 음식점이나 옷가게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위치를 파악해 해당 가게에 맞는 할인쿠폰을 스마트폰에 전송해줍니다. 플라스틱 카드 없이도 결제까지 할 수 있죠."
이 과정에서 기업(매장)과 소비자 간의 정보와 돈의 흐름을 중개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얍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안 대표는 현대자동차 전산실, 조사회사 AC닐슨, 한국신용정보 등에 근무하며 고객관리와 조사분석·마케팅 기법 등을 익힌 뒤 2006년 'U-멤버십'이라는 이름으로 전자지갑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다. 하지만 1년간 겨우 7만명의 회원을 모으고 문을 닫았다.
그는 "쿠폰 하나 다운로드받으려면 데이터 요금이 몇천원 들었다"면서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09년에는 SK와 제휴해 시럽의 전신(前身)인 '스마트월렛'을 개발했다.
두 번의 경험 끝에 만든 것이 지금의 '얍'이다. 그는 얍을 믿을 만한 외식·쇼핑 도우미이자, 강력한 마케팅 도구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객의 위치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면, 딱 맞는 정보 제공이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전국 10만개의 제휴 매장은 물론, 서울에서 운영 중인 8000여 대의 버스에 '비콘'(근거리 위치확인 장치)을 설치하고 있어요."
이 회사의 '얍 비콘'은 위치정보의 정확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블루투스(근거리무선통신)와 위치추적센서(GPS)뿐만 아니라 초음파(超音波) 기술까지 이용한다. 안 대표는 "딱 필요한 고객에게 딱 필요한 만큼의 할인 정보와 쿠폰이 가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450조원 규모의 전 세계 O2O 시장 중 절반을 차지하는 아시아에서 1위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위해 얍을 중심으로 (유통과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참여하는 연합군 형태의 생태계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