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리스 시대... 유통시장 지각변동 예고

    입력 : 2015.09.22 09:12

    [애플 이어 삼성도 北美시장 공략 채비… 통신사들 비상]


    - 아이폰 업그레이드 서비스
    통신사보다 약간 비싸지만 매년 새모델로 바꿔주고 수리·교체 서비스도 무료


    - 보조금 혜택 축소 반작용
    이통사 매장서 살 이유 없어… 생산자는 매출 늘리고 시장점유율 유지 일석이조


    지난 9일(현지 시각) 애플은 미국에서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6S'와 '아이폰6S 플러스'를 공개했다. 이날 발표된 '3D(입체) 터치' 등 새로운 기능보다 더 주목받았던 것은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라는 판매 서비스였다.


    미국 시장에 우선 적용되는 이 서비스는 고객이 아이폰 6S(이하 저장 용량 16기가바이트 기준) 제품을 매월 32.41달러(약 3만8000원)씩 내는 조건으로 구매하면 1년마다 출시되는 신제품으로 교체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자동차를 빌려 타는 리스(lease·임대)제도가 스마트폰에도 도입되는 것이다. 최근 '갤럭시 노트5'와 'S6 엣지 플러스'를 출시한 삼성전자 역시 비슷한 프로그램을 북미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은 '생산은 제조업체, 판매는 이동통신사'라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제조사들이 리스 제도를 앞세워 스마트폰 직접 판매에 나설 경우 스마트폰 시장에서 제조사가 통신사보다 우위에 설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에도 자동차처럼 리스제도 도입


    미국 1위 이통사인 버라이즌에서 아이폰6S를 2년 약정으로 살 경우 매달 27.08달러를 내야 한다. 애플에서 리스 방식으로 사는 것보다 월 5.33 달러(약 6200원)가 싸다. 하지만 애플에 월 6200원씩만 더 내면 해마다 9월에 출시되는 신형 아이폰으로 무료로 교체할 수 있다. 여기에 고장 난 아이폰의 수리·교체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된다.



    이동통신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고가폰을 주로 쓰는 고객이나 애플·삼성의 열성 고객들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통사에서 2년 약정으로 스마트폰을 산 고객은 마음대로 요금제를 변경하거나 이통사를 옮길 수 없다. 또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는 신제품으로 교체할 수도 없다.


    하지만 제조사에서 리스 프로그램으로 구매한 고객들은 원하는 요금제·이통사로 마음대로 갈아탈 수도 있다. 국내의 한 이통사 관계자는 "유행에 민감하고 아이폰처럼 비싼 휴대폰을 선호하는 고객 중 상당수가 애플의 리스 프로그램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매출 늘리고 시장점유율도 유지하는 일석이조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직접 판매 시장에 진입하는 배경에는 미국 통신사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폰 구매 보조금을 속속 없애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버라이즌을 비롯해 3~4위 업체인 T모바일·스프린트 역시 이미 보조금 제도를 없앴거나 내년 초까지 없앨 예정이다. 업계 2위인 AT&T는 일부 직영점에서만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살 때 이통사에서 더 이상 보조금을 주지 않다 보니 고객들이 굳이 이통사 매장에서 제품을 살 이유가 없어졌다. 애플·삼성 같은 제조업체가 유통 시장에서 보폭을 넓힐 여지가 생긴 것이다.


    또 리스제도를 통해 고객이 자사 제품만을 쓰도록 묶어두는 효과(lock-in)도 생긴다. 애플의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고객이 스스로 계약을 해지하기 전까지는 항상 아이폰만 쓰게 돼 있다. 이를 통해 제조사는 시장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고객이 반납하는 구형 제품은 중고 시장에 유통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미국처럼 스마트폰 임대 서비스(리스 프로그램) 도입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제도가 미국에서 성공할 경우 한국 시장에 상륙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국 시장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도입된 이후 과거처럼 고액의 보조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제조사의 리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 20%'를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리스 프로그램으로 스마트폰을 산 고객이 이통사와 2년 약정 계약을 맺으면 매년 최신 스마트폰으로 교체 받으면서 통신 요금은 20%씩 할인받을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일석이조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애플의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제조사가 고객에게 직접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어서 단통법 위반은 아니다"며 "한국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출시된다면 이통사 위주의 스마트폰 판매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