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신세계의 '칼' VS 롯데·SK '방패'...면세점 쟁탈전 2라운드 초읽기

    입력 : 2015.09.23 09:22

    신세계가 25일 접수를 마감하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신청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롯데와 SK네트웍스·두산·신세계 대기업간 '4파전'이 벌어지게 됐다.


    새로 자리를 빼앗아야 하는 '창'(두산, 신세계)과 자리를 지켜야 하는 '방패'(롯데, SK네트웍스)의 싸움이다.


    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곳은 롯데면세점 소공점(12월22일)과 월드타워점(12월31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11월16일), 신세계의 부산 조선호텔면세점(12월15일)이다. 관세청은 오는 25일 이곳의 특허신청 접수를 마감한다. 이후 계획 발표와 실사 등을 거쳐 10월말쯤 면세점 운영업체를 발표한다.


    25일 접수를 마감하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신청에는 롯데·SK네트웍스·두산·신세계의 4파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래픽은 2015년 9월 기준 서울 시내 면세점 현황. /조선일보DB


    ◆ 롯데, 반기업 정서 악재…독과점 논란도 걸림돌


    롯데는 이미 2014년 기준 국내 면세점 시장 점유율 50%를 넘긴 독과점 업체다. 그러나 목표는 현상 유지다. 심사를 앞두고 반(反)롯데 정서가 확산된 것이 악재다. 김낙희 관세청장은 18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롯데면세점이 면세점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재심사 과정에서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면세점 특허심사의 5개 평가 항목 가운데 독과점 부분도 고려할 수 있어, 자체적으로 선정 과정에서 (롯데의 독과점 문제를)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왕자의 난'을 겪으면서 '왜 다른 국내 기업도 아닌 롯데에 면세점 특허를 줘야 하느냐'는 전 국민적인 원성을 극복하는 것도 관건이다.


    롯데로선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두 곳 중 한 곳도 포기하기 어렵다. 소공점은 롯데면세점의 심장부다. 2014년 롯데면세점 소공점 매출은 1조9763억원을 기록했다. 서울시내 6개 면세점 매출액 4조3502원 가운데 45.4%가 이곳에서 나온다. 소공점을 빼앗기면 롯데면세점 실적은 급격히 나빠진다.


    잠실 롯데월드점은 롯데그룹이 앞으로 사업을 이어갈 터전이다. 신동빈 회장은 현재 롯데호텔에 있는 집무실을 2016년말 완공 예정인 롯데월드타워로 곧 이전한다.


    새 집무실 위치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롯데월드타워 내 사무실 구역(108~114층)의 최고층(114층)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면세점은 이보다 높은 117∼122층 중 한 곳에 전망대 시설과 함께 들어선다. 롯데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 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 물러설 수 없는 재수(再修) 신세계


    롯데면세점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수는 21일 특허 신청을 결정한 신세계다. 신세계는 7월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심사에서 한 번 탈락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 또 떨어지면 '국내 유통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그룹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배수진을 친 셈이다.


    신세계는 서울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내세웠다. 롯데면세점 소공점과는 걸어서 5분 거리다. 강북권 사업장에서 두 기업간 대결은 불가피하다.


    신세계로선 본점에 면세점을 유치하면 그동안 별 다른 실적을 내지 못했던 면세점 사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신세계는 2012년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인수하며 면세 사업을 시작했다. 곧 인천공항과 김해공항 면세점 운영권도 얻었지만, 비싼 임대료 탓에 이익을 내진 못했다.


    하지만 시내 면세점은 공항 면세점보다 수익률이 높다. 국내 면세업체들이 대부분 공항면세점에선 밑지고 시내 면세점에서 이익을 남기는 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이라 기업 이미지 개선 효과도 크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는 "서울의 경우 한국 관광 1번지인 명동지역에 남대문시장을 연계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복합쇼핑관광단지 모델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면세점 매출 추이 변화 그래프(왼쪽)와 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대기업 시내 면세점 현황. /조선일보DB


    ◆ 두산, 동대문 기반의 다크호스


    두산은 면세점 사업에 새로 나선다. 사업장은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다. 두산그룹은 두산타워에 입주한 기존 의류 매장이 최근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돌파구로 면세사업 추진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타워는 시들하지만, 동대문 전역을 놓고보면 아직 외국인 관광객 인지도가 높고 관광·쇼핑·교통 인프라를 갖췄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두산은 오랫동안 유통업에 손을 떼고 있었다는 점이 심사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두산그룹은 최근 내부에 면세점 특허권 획득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 이 팀에는 두산과 두산타워 관계자, 외부 자문위원 등이 참여해 동대문 투산타워를 면세점으로 탈바꿈시킬 전략을 짜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과 ‘동대문 발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 대외적인 행보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 SK네트웍스 "워커힐점 수성 목표"


    SK네트웍스의 경우 올 상반기 동대문 케레스타를 후보지로 면세점에 입찰했지만 떨어졌다. 당초 동대문과 현재 운영중인 워커힐점 두 곳에 재도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이번 재심사에서는 워커힐면세점 수성에만 전력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석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업 확장 전략을 짤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신 SK네트웍스는 2014년 하반기부터 올해 11월까지 약 1000억원을 들여 워커힐점 매장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올해는 현상 유지에 집중하지만, 리모델링을 통해 2020년까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면세점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SK네트웍스는 면세점 업계 점유율은 높지 않지만, 23년간 꾸준히 면세점을 운영해 온 ‘숨은 강자'다.


    대기업의 전쟁터가 되버린 면세점 사업 부문은 최근 두자릿수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6~7월 매출이 급감한 와중에도 롯데면세점은 2015년 상반기에 2014년보다 20% 증가한 2조1385억원의 매출과 47% 늘어난 229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므로 품목·소비자·납품업체 관리같은 여러 분야에서 기존 유통업과 다른 특성을 보인다"며 "서울 시내 면세점은 수백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중요한 지역 거점인만큼, 시내 곳곳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확산시킬 수 있을 만한 곳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