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어카운트의 부활... 올해 14조원 뭉칫돈

    입력 : 2015.09.23 09:39

    [증권사가 직접 운용하는 '일임형'에 돈 몰려]


    조언받아 운용 '자문형'은 투자자 외면에 쪼그라들어
    '지점 랩'선 맞춤형 상담 가능, ELS·스팩까지 편입자산 다양
    최근엔 펀드형 적립식도 나와


    한동안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받았던 랩 어카운트(wrap account· 증권사 맞춤형 자산관리 상품)에 다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올 들어서만 랩 어카운트 잔액은 14조원 늘었다. 랩 어카운트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여러 금융상품을 하나의 계좌로 묶어 관리하는 종합 자산 관리 계좌다.


    랩 어카운트는 투자 자문사의 조언을 받아 운용하는 자문형과 증권사가 운용을 담당하는 일임형으로 나뉘는데, 올 들어서는 증권사 본점이나 영업점에서 고객의 성향을 파악해 직접 자산을 운용해주는 일임형 랩 어카운트에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최근 코스피지수 급등락으로 개인들이 대응하기 어려워지면서, 증시 상황에 맞는 개인별 자산 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일임형 랩 어카운트 잔액 83조원 규모로 성장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의 일임형 랩 어카운트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약 83조원으로, 지난 1월(약 69조원)과 비교해 20% 정도 증가했다. 랩 어카운트 잔액은 지난 2012년 6월 48조원, 2013년 6월 65조원, 지난해 6월에 70조원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돈을 맡긴 고객 수도 계속해서 증가 추세다. 지난 2012년 120만건에 육박했던 계약 건수는 증권사 랩 어카운트 상품이 주로 담았던 종목의 주가 하락으로 수익률이 악화되면서 2013년 92만건까지 줄었다. 이후 지난해 말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6월 기준으로 136만건으로 늘었다.


    개별 증권사들의 랩 어카운트 잔액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 랩 어카운트 'POP UMA'의 잔액은 지난 4월 1조원을 넘어선 이후 두 달 만에 2조원을 넘어섰다. NH투자증권의 대표 상품인 'PB인베스터랩'에도 올 들어 533억원이 유입됐다. 미래에셋증권의 '프리미어 멀티랩'에는 같은 기간 503억원이 들어왔다.


    ◇자문형 줄고 일임형이 대세


    일임형 랩 어카운트 규모가 늘어난 데는 맞춤형 투자와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점 운용 랩도 한몫했다. 연초 약 2조5000억원 규모였던 지점 운용 랩 어카운트의 잔액은 6월 말 4조원으로 불어났다.


    반면 자문형 랩 어카운트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2011년 상반기 대거 손실을 낸 후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에 집중 투자했다가 이 종목들이 급락하면서 큰 손실을 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현재 일임형 랩 어카운트의 경우 본사 운용과 지점 운용으로 나뉜다. 일관되게 하나의 전략으로 운용하는 본사 운용 랩과 달리 지점 랩은 PB(프라이빗뱅커)가 고객과의 1대1 상담을 통해 맞춤형 투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최소 가입 금액이 천만원 단위인 랩 어카운트에 자금을 넣는 고액 자산가들이 늘고 있는 이유도 지점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수 있다는 특징 때문이다.


    정정수 신한금융투자 랩 운용부 팀장은 "신규 자금도 들어오지만 기존에 주식이나 채권, 펀드 등에 따로 투자하던 고객들이 자산 관리가 편리한 종합 자산 관리 계좌로 자산을 옮겨오면서 잔액이 늘어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메자닌·스팩… 편입 자산도 다양해져


    일임형 랩 어카운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투자 대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공모주 등 주식, 채권, 펀드에 이어 ELS(주가연계증권), ETF(상장지수펀드), 메자닌(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까지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펀드의 장점을 섞은 적립식 랩 어카운트 상품도 출시됐다. 최소 가입 금액도 20만원 수준이라 고액 자산가 이외에 일반 투자자들도 랩 어카운트 상품을 접할 수 있다.


    다만 일임형 랩은 상품 가입 시까지 해당 상품의 수익률이나 상품별 특성이 공개되지 않는다. 일단 상품에 가입하면 투자 현황을 파악하기는 쉽지만, 상품 가입 단계까지 정보가 차단돼 있다. 따라서 지점이나 증권사별로 수익률 차이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