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든 배당주 펀드, 주식형보다 6배 벌었다

    입력 : 2015.09.24 09:20

    [수익 땐 더 많이, 하락 땐 덜 깨지는 배당주 펀드의 묘미]


    찬바람 불면 투자얘기 많아
    올해는 6월부터 자금 몰려 배당 해왔거나 주주환원정책
    삼성電·KT&G·SKT 보유


    9월 찬 바람이 불면 배당주나 배당주 펀드에 투자하라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온다. 12월 결산일까지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3월 배당을 받을 수 있는데, 연말로 갈수록 배당주 주가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으니 미리 투자하라는 것이다.


    5년 전인 2010년 9월에 배당주 펀드에 투자하고 잊고 지냈다면 어땠을까? 그간 국내 증시는 등락을 반복했고, 대형주와 중·소형주가 번갈아 강세를 보였다. 펀드 전문가들은 배당주 펀드에 투자했다면 중간 이상 성과를 거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가 수익률을 올릴 때 배당주 펀드의 수익률이 더 좋은 경우가 많았고, 반대로 국내 주식형 펀드가 손해를 볼 때는 배당주 펀드의 손해가 덜했다는 것이다.


    ◇벌 때 더 벌고 깨질 때 덜 깨진 배당주 펀드


    2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5년 국내 배당주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4.2%였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8.2%)보다 3배 이상 높았다. 3년 수익률은 6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배당주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7.0%였는데,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4.70%였다.



    증시가 약세장에 접어들어 줄줄이 주가가 떨어질 때는 물론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최근 석 달간 미국과 중국에서 날아온 악재 탓에 배당주 펀드가 1.7%가량 손해를 봤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손실률(3.8%)의 절반 수준이었다.


    펀드 전문가들은 배당주 펀드들이 대형주와 중·소형주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게 종목을 사둔 것이 최근 5년간 수익률이 좋았던 이유라고 분석했다. 2010년부터 2012년엔 대형주 펀드의 수익률이 좋았고, 2012년부터 최근까진 중·소형주 펀드의 수익률이 좋은 국면이 펼쳐졌는데, 배당주 펀드는 대형주와 중·소형주에 절반씩 발을 걸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배당주 펀드는 시가총액이 큰 주식을 위주로 사들이기보다는 배당수익률(1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 추정치를 근간으로 투자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 민상균 매니저는 "대형주가 오를 때에도 약간 혜택을 보고, 중·소형주가 오를 때에도 약간 혜택을 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배당을 근간으로 투자하다 보니 저가 매수에 나선 종목 비중이 높다는 점도 수익률이 높았던 이유 중에 하나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은 배당에 비해 주가가 낮은 종목이기 때문이다.


    ◇6월부터 돈 들어 온 배당주 펀드


    보통은 9월부터 배당주 펀드에 돈이 몰리기 마련인데, 올해는 6월부터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6월엔 510억원이 들어오다가 지난달엔 845억원가량이 유입됐다. 배당을 독려하는 정책이 속속 시행된 덕분이다.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배당소득 증대세제나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제도인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대표적이다.


    가장 자금이 많이 들어온 펀드는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펀드였다. 올해 2200억원가량이 들어왔다. KB액티브배당펀드·한국밸류10년투자배당펀드·한국투자배당펀드·베어링고배당플러스펀드에도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 600억~1500억원가량이 흘러들었다.


    ◇펀드매니저가 고른 배당주


    공개 포트폴리오 기준으로 살펴보니 배당주 펀드들이 많이 편입한 종목은 삼성전자와 KT&G·SK텔레콤 등이었다. CJ와 삼성전자 우선주, 아모레퍼시픽 우선주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배당을 꾸준히 해왔거나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을 높이겠다고 스스로 밝힌 종목들이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배당주 펀드매니저는 "요즘엔 기업 지배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현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종목을 주로 찾고 있고, 최근 중·소형주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대형주 중심으로 배당 여력이 높아보이는 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룸투자자문의 조세훈 대표는 "첫째로 이익이 나고 있어서 배당 가능성이 있는지, 둘째로 주가가 너무 올라 배당률이 떨어지진 않았는지, 이 두 가지 기본 원칙에 맞춰 투자하길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