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24 09:36
23일 오전 6시 30분,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3공장 명촌문 앞에는 경비요원 3명이 서있을 뿐 정적이 흘렀다. 전날 아침까지 출근하는 직원들의 자전거·오토바이 행렬이 이어졌던 이 곳은 하루 사이에 한산한 공간으로 변해있었다. 일부 협력업체의 트럭이 정문을 통과할 뿐 출근버스도 운행되지 않았다.
울산 북구 양정동 2공장 앞 역시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현대차 회사 점버를 입은 직원을 볼 수 없었다. 울산 천곡동에 사는 이원제(35)씨는 "평일 아침에는 현대차 통근버스를 울산공장 주변 아산로와 오토밸리로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오늘은 한 대도 못 봤다"고 말했다.
-
- ▲ 23일 오전 10시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3공장 명촌문 앞은 일부 협력회사의 트럭만 통과할 뿐 직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설성인 기자
현대차 노동조합은 추석을 앞둔 23일 오전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2012년부터 4년 연속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현대차 노사는 22일 저녁까지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현대차 사장과 이경훈 노조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29차 임금·단체협상 개정 협상을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사는 주간연속 2교대 근무제도를 ‘8시간+9시간’를 내년 1월부터 '8시간+8시간'으로 변경하는데는 의견을 모았지만, 최대 쟁점인 임금피크제 도입과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대해서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15만9900원 인상,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임금피크제 없이 정년 65세 연장, 통상임금 범위 확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해외공장 생산량 합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임금 8만1000원 인상, 성과급(400%+300만원), 주식 20주 지급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
- ▲ 23일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2공장 정문 앞은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설성인 기자
현대차 노조는 23일 오전근무조(1조)의 업무시작을 오전 6시50분에서 오전 10시50분으로 4시간 늦춰 부분파업을 실행했다. 이날 오후근무조(2조) 역시 업무시작을 오후 3시30분에서 오후 7시30분으로 4시간 늦추는 방식으로 부분파업에 동참했다.
이번 부분파업은 23일 4시간을 시작으로 24일(6시간)과 25일(6시간)을 포함해 사흘간 계속된다. 현대차 노조가 1시간 파업에 들어갈 때 100억원 정도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파업으로 1000억원 이상의 손해가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 조합원 1만여명은 23일 오후 3시30분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울산공장에서 근무하는 조합원은 2만8000명으로 전체 조합원(4만8000명)의 60%에 달한다. 황기태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대외협력실장은 “현재로선 회사측에서 추가적인 임금·단체협상 교섭 요청이 없으며, 노조측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2015년 임단협에서 또 하나의 관건은 노조 집행부의 임기다. 이경훈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다. 따라서 이번 집행부 임기 안에 회사측과 극적 타결을 이룰지, 현 집행부가 임단협이 마무리 될 때까지 교섭테이블에 오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