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침체땐 美도 피해... 양국, 경제 공조 나설것"

    입력 : 2015.09.25 09:09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오늘 美·中정상의 경제 해법은]


    美 글로벌 영향력 감소세… 中의 지지 받아야 '세계경영'
    각자도생땐 공멸 위기감 커… 중국발 통화전쟁은 없을 것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기둔화라는 이른바 G2(주요 2개국) 리스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지금, 세계의 이목은 2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 쏠려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현 상황에 대해 어떤 진단과 해법을 내놓느냐에 따라 금융시장의 불안이 완화되거나 반대로 증폭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자원부 장관과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낸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2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켰고, 중국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과잉 생산과 디플레이션을 유발했다는 원죄(原罪)가 있다"면서 "주거니 받거니 하며 현 위기를 심화시킨 책임이 있는 두 나라 정상이 '각자도생을 추구하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라도 공존과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니어재단에서 가진 인터뷰에서"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과 금융위기 이후 과잉 생산 등으로 디플레이션을 유발한 중국이 글로벌 경제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공존과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이후 미국과 중국은 동북아 패권을 놓고 경쟁해왔다. 미국 정치권이 시 주석 방미에 맞춰 중국의 사이버 공격을 성토하고 나선 상황에서 경제정책 공조가 가능하리라 보나?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정책을 썼고, 중국이 힘으로 맞서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중국 경제가 잘나갈 때 얘기다.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그 피해가 신흥국뿐 아니라 미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차이나 리스크를 이유로 기준금리 인상을 연기한 게 대표적이다. 미국도 중국발(發)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 미국은 전 세계 GDP의 22%를 차지하는 경제대국이다.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데, 굳이 중국 눈치를 볼 필요가 있을까?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은 역설적으로 G2로 성장한 중국 경제의 영향력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장기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나는 미국의 현재 처지를 '최대 소액주주'(the largest minority shareholder)라고 부르고 싶다. 미국의 비중이 30%를 넘었을 때엔 미국 혼자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경영권을 휘두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유럽 등 다른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지 않으면 세계 경제를 경영할 수 없다."


    ―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중 간에 어떤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나.


    "북한 핵문제 같은 동북아의 외교·안보 이슈 다음으로 경제 문제가 중요한 의제로 다뤄질 것이다. 중국은 신흥국의 대표로서 신흥국 위기 가능성을 거론하며 미국 측에 너무 급격하지 않은 금리인상 같은 신중한 통화정책을 주문할 것이다. 반면 미국은 중국이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통화전쟁을 촉발시키지 말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 중국발 통화전쟁 가능성은 없다고 보나.


    "이미 시진핑 주석이 첫 방문지인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 즉 '환율전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정부가 수출을 늘리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낮추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급한 중국이 먼저 미국 쪽에 추파를 던진 것이다. 중국은 지난 8월 위안화 환율을 인위적으로 절하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환율정책을 쓸 여력이 없는 것이다."


    ― 결국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급격한 미국 금리인상이나 위안화 절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인데, 한국 경제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미·중 정상회담과 무관하게 세계 경제는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외환보유고와 경상수지 흑자 덕분에 외환시장이 크게 출렁거릴 위험도 낮다. 지금은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부문의 구조개혁에 힘을 쏟아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