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06 09:34
치솟는 전셋값에 서울을 떠나 경기와 인천에서 집을 마련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비록 외곽이라도, 서울 전셋값보다 싼 값에 살 수 있는 내 집 마련이 낫다고 판단한 전세난민들의 결정이다.
◆ 서울→경기·인천 이주자 늘어…주택 구입 건수도 증가세
6일 통계청의 전출·입지별 이동자수를 보면, 올해 8월 서울에서 경기도로 전입한 사람은 1만1674명으로 2014년 8월(6553명)보다 78.1% 늘었다. 서울에서 인천으로 전입신고를 한 사람은 1204명으로, 1년 전(383명)보다 214.3% 증가했다.
서울의 높은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와 인천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하나의 이유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경기와 인천의 3.3㎡ 아파트 매매가격은 각각 960만원과 820만원으로, 서울의 3.3㎡당 아파트 전셋값인 1185만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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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매매거래 매입자 거주지별 현황. /자료=국토교통부
실제 경기와 서울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었다. 국토교통부의 주택매매거래 매입자 거주지별 현황을 보면 올 1~8월 서울에 거주지를 둔 사람이 경기와 인천에서 주택을 매입한 건수는 3만6465건으로, 1년 전(2만6566건)보다 27.1% 늘었다. 경기는 27.9% 늘어난 2만7773건을 기록했고, 인천도 8692건으로 24.6% 증가했다.
◆ 서울과 가깝거나 인프라 갖춘 지역에 수요자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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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경기·인천 3.3㎡당 아파트 전셋값과 매매가격.(단위=만원)/자료=부동산114
세부지역별로 보면 서울과 가깝거나 신도시 인프라를 갖춘 곳에서 매입 건수 증가폭이 가파르다. 올 1~8월 200건 이상의 매입건수가 있는 지역 중 매입 건수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구리시로, 1년 전보다 47.2% 늘어났다. 구리시는 재건축 이주수요가 많은 서울 강동구와 가까운 편이다.
2기 신도시인 양주신도시가 조성되고 있는 양주시와 1기 신도시인 산본신도시가 있는 군포시도 눈에 띈다. 서울에 거주지를 둔 사람들이 이들 지역에서 집을 구입한 건수는 1년 전보다 각각 44.2%, 42.9% 늘었다.
구리시와 군포시의 3.3㎡당 아파트 매매가는 1079만원과 1044만원으로 모두 서울 전셋값보다 저렴하다. 특히 양주시의 3.3㎡당 아파트값은 서울 전셋값의 절반 수준인 571만원에 불과하다.
◆ "탈(脫)서울, 당분간 계속될 것"
앞으로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뚜렷한 전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데다,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도 내년까지 6만 가구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부터 내년까지 이주가 계획된 가구는 총 113곳, 6만1970가구에 달한다. 강동구에서만 1만2252가구가 이삿짐을 싸야 하고, 은평구와 서대문구에서도 7000여가구의 이주가 계획돼 있다.
김재언 KDB대우증권 부동산세무팀장은 "내년까지는 서울 지역 내 재건축·재개발 사업 추진으로 이주자들이 늘어날 예정인데, 입주물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당분간 전세난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서울 외곽 지역에서 매매로 돌아서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현재의 탈(脫)서울 현상은 근본적으로 전세난 탓으로, 전세난이란 소용돌이에 수도권 전체가 여파를 받고 있다"며 "전세난이 심화할수록 무주택 세입자들의 주거질 하락이 더 급격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