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통하면 中서도 뜬다"... 명품업체들 러브콜

    입력 : 2015.10.08 10:08

    [글로벌 명품 브랜드, 한국을 '테스트 베드'로]


    "한국이 성공 보증수표"
    中 바이어들 중국 아닌 한국서 인기 얻는 제품 선호
    펜디·센존, 한국 한정판 출시
    샤넬·디올·루이비통… 서울서 전시회·패션쇼 개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와 지방시 등을 수입·판매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요즘 "배우에게 협찬해 줄 제품이나 드라마에 나올 상품이 뭐냐"는 중국 바이어들의 질문을 부쩍 많이 받고 있다. 지난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등장한 배우 전지현이 입었던 셀린느 코트와 백, 지미추 구두, 이브 생로랑 립스틱 등이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끈 덕분이다. 김영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장은 "'전지현 가방을 사고 싶다'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너무 많았으나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였다"며 "요즘 중국 바이어들은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인기를 얻는 제품인지를 먼저 따져보고 물건을 가져간다"고 말했다.


    한국이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테스트 베드(test bed)'로 뜨고 있다. '한국'에서의 흥행이 아시아 시장에서 성패를 가르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 것이다. 이런 점을 노려 명품 브랜드들은 최근 한국 단독 상품을 내놓거나 한국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우고 있다. 제품 출시 전 한국에 먼저 상품을 출시해 반응을 떠보는가 하면 패션쇼나 전시회도 연다. "한국에서 잘 팔리면 중국과 아시아에서 팔린다"는 게 정설(定說)로 굳어지고 있다.


    ◇'한국 限定版' 인기 폭발


    명품 브랜드 펜디는 이달 대표 상품인 '피카부 백' 세 종류를 한국 국내 한정판으로 내놓았다. 펜디 관계자는 "한국인들의 패션 감각 수준이 높고 세련된 데다 아시아 패션 트렌드를 좌우한다는 측면에 주목해 한정판 제품 판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이 즐겨 입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 명품 브랜드 센존은 'Exclusively For Korea(한국 한정판)'라는 라벨까지 붙인 코트를 내놓았다. 작년 7월 한국 한정판으로 내놓은 300만원대 재킷 140벌이 모두 팔리자 올해는 387만원짜리 코트를 한국 단독 상품으로 내놓으며 특별 라벨까지 제작한 것.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미국 디자이너 중 하나로 꼽히는 버질 아블로의 브랜드 오프화이트는 올 7월 서울 청담동 명품 편집 매장에 '어 뉴 프라이머리'라는 한국 단독 상품을 내놓았다. 태극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30만~50만원대 티셔츠와 70만원대 슈트 등이 모두 완판(完販) 행진을 기록했다. 이정욱 팀장은 "국내 소비자들 외에 '한국 단독 상품이 어떤 거냐'며 구매해 가는 일본·중국인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전시회·패션쇼 개최 붐도 불고 있다. 올 5월 샤넬이 전 세계 VIP를 대상으로 여는 패션쇼 '크루즈 컬렉션'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었고, 디올은 6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 '하우스 오브 디올' 오픈 기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회를 DDP에서 열었다. '세계 최고 유명 패션기자'인 수지 멘키스는 "내년 열리는 '콘데 나스트 럭셔리 콘퍼런스'를 서울에서 열겠다"고 최근 선언했다.


    ◇"한국 성공은 아시아권 공략 보증수표"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한류(韓流) 인기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 명품 소비자들에게 한국으로 와서 명품을 구매하거나 한국 드라마 등에 나온 인기 명품을 중국에서 사는 게 유행이 됐기 때문이다.


    삼성패션연구소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 사이에 중국에서 성공하려는 한국 드라마, 한국 배우와 함께 제품을 노출시키는 게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최근 굳어져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한류 스타들이 싱가포르·베트남·태국·미얀마 등 아시아 지역에서 광범위한 인기를 누리는 측면도 가세한다.


    박찬영 신세계그룹 부사장은 "'한국에서 잘 팔리고 인기 있는 브랜드'가 중국과 아시아 시장 공략의 보증수표가 되고 있기 때문에 명품 브랜드들의 한국 중시(重視)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