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예상 인수가 2兆... 몸값 비싼 까닭은

    입력 : 2015.10.12 09:41

    ["2조원대 중반" 전망 왜 나왔나]


    대주주 산업은행 지분 43% 당장 팔아도 1조6000억원… 경영권 프리미엄 20~30%
    주식중개·자산관리는 물론 해외 부동산 투자등 성과
    올 상반기 영업익 2962억원… 글로벌 네트워크도 최강
    인수戰 과열땐 더 뛸 수도


    증권가의 마지막 초대형 매물로 불리는 대우증권 인수전이 개막되면서 금융시장에선 대우증권 몸값이 얼마나 뛸지에 관심이 쏠린다. 작년 증권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큰 대어(大魚)였던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은 우리저축은행·우리아비바생명과 묶여 1조500억원에 팔렸다. 산은자산운용과 패키지로 매각되는 대우증권 가격은 이보다 배나 비싼 2조원대 중반에서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인수 경쟁이 과열되면 3조원까지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우증권 몸값이 왜 이렇게 비싼 걸까.


    ◇금리 인하가 올린 몸값


    대우증권의 가치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으로 형성될 전망이다. 대우증권 주가는 8일 1만175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3조8387억원으로 증권업계 1위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43% 지분을 갖고 있다. 산업은행이 지금 당장 증시에서 지분을 내다 팔아도 1조6000억원은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경영권을 넘기는 대가로 받는 프리미엄을 20~30%로 보고, 600억원 안팎으로 평가받는 산은자산운용 가치를 더하면 대우증권 가격은 2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여기에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KB금융과 미래에셋뿐 아니라 한국금융 등 국내 금융권, 시틱·안방보험 등 중국계 자본도 인수전에 참가해 경쟁이 치열해진다면 가격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예상 인수가는 작년 4월 1조500억원에 M&A가 이뤄진 옛 우리투자증권에 비해 배 이상 비싸다. 두 증권사의 가격 차이는 매각 지분의 차이(산은은 43%, 우리금융은 38%)도 있지만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증권업 상황이 바뀐 데서 나온다. 당시 증권가는 주식·펀드 거래가 줄면서 실적이 악화돼 생존을 고민해야 할 정도였다. 한국은행이 작년 8월 이후 기준금리를 4차례 내리면서 초(超)저금리 시대가 열리자 갈 곳 없는 돈이 주식 시장에 쏟아져 주식 거래가 늘었다. 금리 인하로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던 채권 가격도 올라 올 들어 증권사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최근 증권업은 5년 만에 순이익이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옛 우리투자증권만 해도 작년에 매각될 당시 시가총액은 1조8500억원이었다. 최근 시가총액은 2조8000억원(NH투자증권)을 기록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이 매물로 나왔을 당시 증권업황이 부진했던 시기여서 농협금융은 상대적으로 싼값에 사간 셈"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대우증권은 증권업계에서 수익 창출 능력이 높은 회사다. 대우증권은 주식중개·자산관리 등 기존 증권사의 사업 모델뿐만 아니라 미국 애플 사옥 등 해외 부동산 투자, 항공기 투자 등 다양한 곳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영업이익이 2962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2708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차인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우증권은 종전 주식 매매 수수료에 의존하는 영업 구조에서 탈피해 글로벌 금융투자사들처럼 투자금융(IB) 수익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국내 금융사 중 가장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본액 순위로는 NH투자증권이 증권업계 1위이지만, 시가총액 규모는 대우증권이 1조원 가까이 많다.


    다만 앞으로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주식시장이 타격받으면 증권사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대우증권 인수가가 마냥 높아지기는 어렵다.


    ◇대우증권은 '증권업계 사관학교'


    대우증권은 1997년 IMF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위기를 맞기 전까지는 누구도 넘보기 힘든 1등 증권사로 자리매김했었다. '증권업계 사관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증권가 인재를 양성해 내면서 브랜드 파워도 높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굵직한 신화를 만들어낸 CEO(최고경영자)들의 족보를 추적해보면 대우증권 출신이 적지 않다. 현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을 비롯,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김기범 현대증권 사장,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 손복조 토러스증권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는 "우수한 인재를 뽑아 제대로 키웠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1970년 동양증권으로 출발, 업계 1위로 오랫동안 군림했기 때문에 증권사 입사 지원자 가운데 가장 우수한 인재가 대우증권에 몰렸다는 것이다.


    특히 대우증권이 지난 1984년 세운 대우경제연구소는 1990년대 말까지 민간 '싱크탱크' 역할을 했고,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모태(母胎)가 됐다. 당시부터 대우 증권맨들이 항상 새벽 1~2시에 퇴근하면서 "잠시 집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했다는 에피소드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