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13 09:44
번 돈의 절반 R&D 투자…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
임직원부터 교수들까지 "다니고 싶은 회사 1위"
LG그룹 12개 상장사의 시가총액(時價總額·주식 총숫자에다 주가를 곱한 금액)은 올 9월 한 달 동안 10% 가까이 불었다. LG화학과 LG생활건강 등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덕분이다. 이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LG화학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올 들어 이달 12일까지 58.5% 상승했다. 올 1월만 해도 17만원대였는데 이달 12일에는 28만7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LG화학 주식은 올 들어 현재까지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많이 산 종목이기도 하다.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내놓은 LG그룹 계열사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에서도 LG화학은 5060억원으로 2분기 연속 그룹 내 1위를 차지했다. LG디스플레이는 3710억원으로 2위, LG전자는 2650억원으로 3위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재계에서는 LG화학이 LG전자 등을 대신해 그룹의 주력 기업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그룹의 맏형인 LG전자가 스마트폰 실적 부진 등으로 성장 정체에 빠진 것과 달리, LG화학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자동차용 배터리 등을 바탕으로 꾸준히 실적이 상승하고 있고, 이익률도 훨씬 더 높다는 것이다.
◇2010년대 들어 LG그룹 主力
LG화학은 LG그룹의 모태 기업이다. 구인회 LG 창업 회장이 1947년 부산 서대신동에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설립하면서 오늘날 LG그룹이 시작됐다.
1990~2000년대만 해도 LG전자가 LG그룹 성장을 이끌었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는 LG화학이 도약을 시작했다. LG화학은 2010년 2분기부터 2012년 1분기까지 8분기 연속으로 LG그룹 내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국제 유가 급락과 재고자산 평가손실 확대 등으로 고전했지만, 올 2분기에는 나프타 등 원료 가격 안정과 기초소재 부문 수요 확대 속에 56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부활했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의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화학사업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데다, 폴크스바겐 사태 등으로 자동차용 배터리 부문 역시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석제 LG화학 사장은 "유가 변동에 따른 위험 요인이 있긴 하지만, 기저귀 원료로 쓰이는 SAP(고흡수성 수지) 등 프리미엄 제품이 견고한 수익을 내고 있다"며 "자동차용 배터리도 실적이 계속 좋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하락,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등 기존 사업 부진으로 인해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임직원부터 서울대 교수까지 다니고 싶은 회사
LG화학이 그룹 내 선두 기업이 된 배경에는 국내 화학 기업 중 가장 큰 규모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LG화학의 R&D 투자 금액은 6000억원으로 3년 전인 2012년(3600억원)에 비해 60% 넘게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3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업이익의 절반 정도를 R&D에 투자하는 셈이다. 독일 바스프, 미국 다우케미컬 등 세계적인 화학회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LG화학은 올해 글로벌 화학 기업 랭킹 평가에서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13위에 올랐다. 아시아 기업 중에서는 중국 시노펙, 일본 미쓰비시 케미칼 등에 이어 네 번째다.
인재들도 몰리고 있다. 올해 초에는 무기소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서울대 이진규 교수가 65세 정년이 보장되는 서울대 종신교수직을 떠나 LG화학 기술연구원 중앙연구소에 입사한 일도 있었다. 최근 기업 정보 사이트 잡플래닛이 5대 그룹을 다니는 직장인 9164명을 대상으로 자기 회사 평가를 물어본 결과, LG그룹에서는 LG 화학이 압도적인 1위로 꼽혔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현재 3100명 수준인 R&D 인력을 2018년까지 4100명 이상으로 1000명 정도 늘리는 등 경쟁력 확대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