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복, 데이트복이 되다

    입력 : 2015.10.14 09:23

    여성들 체육활동 늘면서 걷기·요가·헬스할 때 세련된 '패션 운동복' 선호
    가벼운 외출용으로도 좋아


    요즘 서울 번화가나 아파트 단지의 헬스장·요가 강습소에 가보면 트레이닝복을 입은 여성 보기가 쉽지 않다. 너도나도 세련되고 예쁜 운동복을 차려입는 게 트렌드다. 운동할 때만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청바지처럼 간편하게 입을 수 있게 패션성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직장인 김희진(35)씨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가게나 대형 마트에서 중저가 헬스복을 사는 편"이라며 "운동은 물론이고 외출할 때도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 입는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골프웨어 등 스포츠 패션의 흐름을 잇는 차기 주자로 운동과 여가를 합친 '애슬레저(Athleisure)' 상품이 떠오르고 있다. 나이키 같은 종합 스포츠웨어 강자들이 러닝이나 축구 같은 남성용 운동복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애슬레저 업체는 건강한 몸매를 원하는 여성들의 수요를 겨냥한 것이 차별점이다.


    ◇세련된 여성 운동복 선호 뚜렷


    탄탄한 몸매를 위해 일상생활에서 운동을 하는 여성들도 증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국민 9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이 주 1회 이상 생활체육에 참여하는 비율은 2012년 40%에서 2014년 52%로 증가했다. 특히 10~30대 젊은 여성들의 참여가 크게 늘었다. 이들이 주로 하는 운동은 걷기, 요가, 헬스, 수영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스포츠브랜드 밀레의 박용학 상무는 "과거에는 별도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스포츠 활동이 최근 여성들 삶의 필수 요소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양재동 '와일드로즈'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스포츠 의류를 살펴보고 있다. 최근에는 운동은 물론 평소에도 가볍게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 '애슬레저' 의류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남성과 중장년층이 주된 소비자였던 스포츠웨어 시장에 '여풍(女風)'이 불면서 업체들은 '패션 스포츠웨어'를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최근 시장이 정체된 아웃도어 업체들 또한 제품군을 '애슬레저'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패션그룹형지의 경우 최근 여성용 아웃도어 브랜드 '와일드로즈'의 주력 상품을 '애슬레저'로 바꾸고 요가복 등 도심형 스포츠 활동에 맞는 캐주얼 상품군을 전체의 60%까지 늘렸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올해 여성 스포츠용 브랜드 '에고' 물량을 지난해보다 300% 많이 확보해 판매 중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도 운동용 재킷을 선보였고, 여성 의류 업체 테이트는 지난달 모자 티셔츠 등 애슬레저 브랜드 '라이크'를 출시했다.


    ◇국내 애슬레저 시장, 연 2조원대로 성장 전망


    해외 유명 업체들의 한국 공략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 요가복 1위 업체 룰루레몬 애슬레티카는 올 초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지난 4월 서울 선릉로에 직매장을 열었다. 캐나다 MPG는 지난해 10월부터 이태원 등에 16개 매장을 확보했다. 스웨덴 의류업체 H&M은 1만~2만원대의 요가·피트니스복을 내놓고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 업체 언더아머는 올해 한국에 신설 매장 10곳을 추가해 총 35개 매장을 확보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1년 전보다 100% 이상 늘었다. 데상트코리아가 운영하는 브랜드 '스킨스'는 2년 연속으로 20%씩 매출이 증가했다. 언더아머의 정충열 마케팅팀장은 "생활체육 문화가 확산될수록 소비자들이 각 분야별로 전문적인 제품을 찾게 되고 스포츠웨어 시장도 세분화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트레이닝복 한 벌로 달리기도 하고 요가도 다 했지만, 이제는 각각의 용도를 고려한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연간 5조원 규모의 국내 스포츠의류 시장에서 애슬레저 제품은 약 4000억원(8%)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앞으로 3년 내에 이 비중이 30% 수준까지 확대되고 연매출도 2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미 등 선진국에서도 이런 추세가 두드러진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애슬레저 제품 매출은 전년 대비 9% 증가해 359억달러(약 35조원)에 달했다. 전체 여성 의류 판매가 1%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성장세다. NPD그룹은 "미국 애슬레저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50%씩 성장해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슬레저


    운동(Athletic)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 피트니스·요가 등 생활 스포츠를 할 때 입는 운동복을 뜻한다. 신축성이 뛰어나고 땀 배출이 잘 되는 기능성 제품에 패션 감각을 가미해 외출 시 평상복처럼 입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