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 종합상사 '미래 먹거리'서 '찬밥'으로

    입력 : 2015.10.15 09:31

    원유·천연가스·석탄 등 원자재 가격 급락 따라 적자만 쌓이는 구조돼


    -他사업 눈길 돌리는 종합상사
    LG상사, 물류로 영역 넓혀
    대우, 사우디 국민車에 전력
    SK네트웍스, 소비재에 초점


    2013년 10월, SK네트웍스는 5000만호주달러(약 512억원)를 투자해 호주 석탄개발 회사인 코카투의 지분 25%를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했다. SK 측은 당시 이 회사가 보유한 13개 광구의 석탄 매장량(17억t)이 우리나라 연간 석탄 소비량(1억3000만t)의 10배가 넘는다는 사실에 매료됐었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요즘 SK네트웍스의 호주 석탄 사업은 애물단지가 됐다. 코카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SK네트웍스 호주 현지 법인은 지난해 492억원 적자를 낸 데 이어 올 상반기에 4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국제 석탄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코카투 주가(株價)도 급락하고 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지난해 코카투의 증자(增資)에 불참해 지분율을 한 자릿수로 줄였으며 지금은 정리 단계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 줄줄이 손실


    4~5년 전만 해도 종합상사들의 미래 먹거리로 꼽혔던 자원개발 사업이 이제는 골칫덩어리가 됐다. 원유, 천연가스, 석탄, 철광석 같은 주요 원자재의 국제 가격이 급락한 탓이 크다. 이로 인해 야심 차게 추진했던 투자 프로젝트가 줄줄이 부실덩어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LG상사는 2012년 25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지역 감(GAM) 유연탄광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LG상사는 2007년 인근 MPP 탄광에 투자해 성공을 거두자 감 탄광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글로벌 저성장의 여파로 석탄 수요가 급감하면서 상업생산 시기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로 예정된 생산시설 준공 시기도 내년으로 미뤘다. 한 자원개발 기업의 임원은 "유연탄 가격이 비쌌던 시기에는 인도네시아에서 나는 저열량 유연탄도 수요가 많았으나 가격이 떨어진 지금은 모두 고(高)열량탄만 찾는다"며 "내년에도 상업생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2011년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인수한 미국 패럴렐 페트롤리엄도 올 상반기 36억원 적자를 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올 들어 모회사인 포스코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검토할 정도로 자원개발 부문이 힘을 잃고 있다. 가스 가격 하락으로 가스전 수익이 기대를 훨씬 밑돌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 종합상사 관계자는 "글로벌 원자재 기업들마저 파산설에 휩싸일 정도로 국제 자원 시장의 하락세가 깊다"며 "업체들이 실적 발표 때마다 어물쩍 넘어가지만, 자원개발 분야의 실적 악화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물류·소비재 등 새 活路 찾기


    자원개발 사업이 위축되면서 종합상사들은 신사업 발굴에 몰두하고 있다. LG상사는 올 1월 범한판토스 인수를 통해 물류 분야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올 3분기 예상 영업이익 410억원 가운데 물류 부문 비중이 절반에 이른다.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발전소, 도로 등 인프라 수주에도 나서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사우디 국민자동차 사업에 전력을 쏟고 있고, 삼성물산은 캐나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SK네트웍스는 렌터카·패션·면세점 등 소비재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종합회사들이 그 나름대로 특화된 분야를 중심으로 새 활로를 찾고 있다"며 "이란 시장이 본격 개방되면 중동 지역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 국내 종합상사에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