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15 09:43
[中企, 핵심인력 이직 막으려 온갖 아이디어 짜내]
우수 인력 1명 빠져나가면 평균 2억7000만원 매출 감소
월 300만원씩 적금 대주고 원하면 대학 교육 시켜줘… 부모 해외여행 보내주기도
경기도 일산에 있는 식품업체 테일러팜스는 핵심 인력 1명을 위해 매달 300만원씩 '적금'을 붓고 있다. 이 직원은 제품 기획과 거래처 발굴·관리 등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는데 그의 실적에 따라 회사 전체가 큰 영향을 받는다. 장기수 테일러팜스 대표는 "회사가 300만원, 해당 직원이 100만원씩, 5년을 모은 뒤 이자까지 총 3억여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할 계획"이라며 "핵심 인력의 사명감과 보람을 키워주는 차원에서 이 같은 보상체계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이 직원들의 이직(離職)을 막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성과급은 물론이고 대학 교육, 가족 해외여행을 지원하는 회사도 있다. 우수 인재를 구하기 쉽지 않은 중소기업에서는 일 잘하는 직원이 갑자기 빠져나가면 거래처도 함께 이탈하거나 중요 기술이 유출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핵심 인력 이직 막아라
경남 김해에서 선박용 안전 밸브를 생산하는 탑세이프는 직원 19명에 대해 장기 근무 성과급을 주기 위한 '내일채움공제'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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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소기업들이 유능한 직원들의 이직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SM C&C BT&I 여행사는 직원들의 부모 28명에게 일본 온천으로 효도여행을 보내줬다.(왼쪽 사진) 아진산업은 신입사원들이 입사 전 3개월 동안 미국 공장에서 연수하며 대학에서 영어도 배우는'글로벌 현장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한다.(오른쪽 사진) /SM C&C BT&I·아진산업 제공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내일채움공제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1대2, 또는 그 이상의 비율로 5년 이상 돈을 적립하면 나중에 목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연 2.33%의 복리이자를 주는데, 은행 예금금리가 2%도 안 되는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조건이다. 현재 중소기업 직원의 평균 근무 연수는 5년 6개월인데 평균 10년 이상 근무하도록 유도하는 취지에서 이 제도가 마련됐다. 근로자 입장에선 5년 이상 근무하면 급여와는 별개로 목돈을 쥘 수 있으므로 장기 근무를 유도할 수 있다.
경북 경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기업 아진산업은 신입 직원에게 맞춤형 대학 교육까지 지원하며 인재를 직접 육성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1년부터 계명문화대와 제휴해 '아진금형디자인과'를 개설하고 회사에 필요한 기술을 정규 교과목으로 가르친다. 기술을 익히고 학위도 딸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로 지금까지 60명의 기술 인재를 배출했다. 입사 후에 군에 입대하면 복무기간 중 상여금을 주고 근속연수도 인정해준다. 우수 직원에게는 4년제 대학 편입이나 해외연수 기회도 제공한다. 서중호 아진산업 대표는 "금형기술자는 다른 분야보다 몸값이 높아 어느 정도 숙련이 되면 경쟁업체나 큰 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며 "맞춤형 교육 과정을 만든 뒤 직원들의 이직률이 낮아지고 금형 부문 매출도 5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대학 교육에 효도여행까지 지원
여행사 SM C&C BT&I는 여행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의 비율이 20%에 달한다. 직원의 70%가 여성인 이 회사는 가족 친화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어 이직률을 낮췄다. 예를 들어 2012년 임직원 부모 28명에게 일본 온천 여행을 보내주고, 송경애 사장과 임원이 직접 관광가이드를 맡았다. 작년 5월에는 부부의 날을 맞아 기혼 직원 50쌍에 공연 티켓을 선물하고 어린이날에는 자녀들을 초청해 '키즈데이' 파티를 열었다. 올 6월부터는 아이가 있는 여직원은 오후 5시에 조기 퇴근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송경애 사장은 "부모님 해외여행을 보내드렸더니 '우리 자식이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구나' 하면서 좋아하시더라"며 "유능한 인재가 우리 회사를 먼저 찾아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가족친화경영대상' 행사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았다.
중소기업들이 이처럼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은 핵심 인력의 이직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빈발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해 중소기업 200곳을 조사한 결과 설문 대상의 35%가 '최근 3년간 핵심 인력의 이직으로 경영상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피해를 본 중소기업들은 최근 3년 동안 평균 2명의 핵심 인력이 이직했고, 1명이 떠날 때마다 회사 매출도 평균 2억7000만원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직원들의 이직 사유는 급여 문제라는 답변이 52%로 가장 많았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중소기업들도 청년 구직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인적자원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