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15 09:54
투자 활성화 담은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 통해 동종업종간 M&A 유도
정부 "시장 주도 구조조정 위한 훌륭한 수단…원샷법 통과되면 시너지"
정부가 조선 건설 해운 화학 등 장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을 구조조정하기 위해 산업은행의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이 동종업종 기업이나 설비를 인수할 경우 산업은행이 인수자금의 절반을 지원한다.
정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통과되면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원샷법에는 기업의 인수합병 절차를 줄이고 사업재편 때 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구조조정 협의체는 조선, 해운, 건설, 화학 등 빠른 속도로 부실화되는 일부 산업을 구조조정하기 위해 기존에 마련돼 있는 산업은행의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을 활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 협의체를 구성한 의도는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겠다는 것"이라며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은 (시장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은 신성장산업이나 사회간접자본(SOC) 등 자금이 많이 드는 분야에 대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금의 절반을 산업은행이 대는 프로젝트다. 3년간 총 30조원(산은 15조원+기업 15조원)을 집행키로 했다.
지난 2월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 도입 당시에는 신성장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자금용도에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M&A'도 포함돼 있다는 게 정부와 산업은행의 설명이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시설투자는 물론이고 기술개발(R&D) 자금, M&A, 회사 분사시 소요자금 등도 신청할 수 있다"면서 "산업재편의 방안 중 하나로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사업재편과 관련해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이 적용된 사례는 없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을 통해 8월말 기준 8조5000억원 투자가 이뤄졌다. SK E&S의 화력발전 프로젝트파이낸싱(PF), 헬스케어 창조 클러스터 조성 프로젝트, 부산항 신항 2~4단계 컨테이너 부두사업 등으로 대기업, 중견기업 등 22개사 가량이다.
정부는 동종업종 내 정상기업이 부실기업을 인수하면 과잉 투자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산업은행은 피인수기업의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것보다는 전환사채(CB)나 상환전환우선주 형태로 투자할 계획이다. 기업이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타 기업을 인수하게 하고, 산업은행은 SPC에 전환사채 형태로 투자하는 구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을 통해 인수자금을 지원하고 세제 등의 혜택을 부여하면 일부 업종 내 대기업은 움직일만한 유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구성되는 범정부 구조조정 협의체는 이번 주중 첫 모임을 가질 계획이다. 구조조정 협의체는 부실기업 및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전권을 행사한다. 부실 기업 및 산업에 대한 정보 공유는 물론 은행권의 여신심사제도 정비,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 구조조정 관련 시스템도 다룰 예정이다. 11~12월 은행권의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를 바탕으로 500여 개 기업 중 구조조정 대상을 추려내는 작업도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