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16 09:59
구인·구직 정보 사이트, 취준생들 매일 챙겨봐… 업계 규모 10년새 4배로
기존 취업포털 중심 구도에 잡플래닛 등 신규업체 도전
취업준비생 최현주(25)씨의 하루는 온라인 취업 정보 사이트를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람인·잡코리아 등 취업 포털 사이트에 새로 올라온 채용 정보를 쭉 살펴보고, 관심이 가는 정보가 있으면 그 기업의 근무 환경은 어떤지 잡플래닛 같은 기업 평판 사이트에서 확인해 본다. 네이버·다음의 인터넷 취업 카페에서 채용 면접 후기를 챙겨보는 것도 거르지 않는다. 최씨는 "대부분의 취업준비생들이 하루에 최소 30분~1시간 정도는 꼬박꼬박 온라인 취업 정보 사이트를 둘러보는 데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극심한 취업난이 고착화되면서 구직자들의 수가 늘어나자 다양한 구인·구직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취업 정보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잡플래닛을 비롯한 신규 업체까지 가세해 업체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하게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10년 새 4배 성장
온라인 취업 정보 시장은 사람인과 잡코리아, 인크루트, 커리어넷 등 민간 포털 업체와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 포털 '워크넷'이 이끌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과 공기업, 중소기업의 채용 정보를 주로 다루면서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다.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취업 정보 시장 규모는 2006년 연간 460억원 수준에서 2010년 1025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1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10년 만에 4배로 급성장한 것이다. 업계 대표 기업인 잡코리아의 경우 올해 매출이 6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사람인은 하루 21만명, 월평균 260만명이 찾을 정도의 대형 인터넷 사이트로 성장했다. 웹사이트의 인기도를 측정하는 미국 알렉사(Alexa)에 따르면 한국 취업 포털들의 인기 순위는 '네이트' 같은 대기업 포털보다도 앞설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 이후 인터넷의 발달과 청년 실업률의 상승이 맞물리면서 구직자들이 온라인에서 취업 정보를 찾기 시작했고, 이것이 관련 시장의 급성장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황이 낳은 취업난이 온라인 취업 정보 시장엔 호재가 된 셈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학생의 83%는 하루 평균 35분간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취업 정보를 얻고 있으며, 이 중 13%는 유료 서비스도 이용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잡플래닛 등 신규 업체도 속속 가세
불경기 속에서도 이처럼 시장이 급팽창하자 기존 취업 포털과 차별성을 내세운 신규 업체들의 진입도 이어지고 있다. 기업 평판 서비스로 유명한 잡플래닛은 지난 13일부터 국내 기업 10만여개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상위 5%의 우수 기업에 대한 채용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채용 기업의 건전성이나 근로 여건 등을 따져서 '괜찮다'고 판단되는 기업만 소개해 기존 취업 포털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의 황희승 공동대표는 "그동안 인지도가 낮아서 채용에 어려움을 겪어온 기업들에 우수 인재를, 구직자들에게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좋은 근로 환경의 일자리를 소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회원들끼리 정보를 나누던 취업 커뮤니티가 정식으로 사업에 나서기도 한다. 포털 다음에서 150만 회원이 가입한 인기 카페 '취업뽀개기'는 취업 컨설팅과 동영상 강의, 취업 가이드북 등 콘텐츠를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기반한 신규 업체들은 현재 모든 서비스가 무료다. 반면 취업 포털들의 경우 기본 정보는 무료지만 채용 공고나 이력서를 돋보이게 게재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
온라인 취업 정보 업체들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모 펀드 'H&Q코리아'는 2013년 960억원을 들여 잡코리아의 지분 절반을 사들인 데 이어, 지난달 1970억원을 추가 투자해 이 회사의 나머지 지분도 모두 확보했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회사 가치가 2년 새 두 배로 뛸 만큼 시장 전망이 좋다는 얘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