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차, 내 '13월의 월급'

    입력 : 2015.10.16 10:11

    연말정산 稅환급액 늘리기 大작전... 남은 77일 부지런히 챙기자


    그래픽=양인성 기자


    유통업체에 다니는 회사원 정모(32)씨는 동료들과 점심 시간에 나눈 이야기 때문에 초조함에 사로잡혔다. 한 동료는 얼마 전 증권사에 가서 소장펀드(소득공제장기펀드)에 가입하고 왔다고 했고, 또 다른 동료는 IRP(개인형퇴직연금)를 어디에 개설할지 궁리 중이라고 했다. '소장펀드'와 'IRP'는 모두 연말정산에 유리한 금융 상품이다. 지난해 연말정산 준비를 소홀히 해 올해 초 알토란 같은 돈을 토해내야 했던 정씨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어느새 10월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이 급해졌다.


    내년 초 진행될 2015년 연말정산의 '성적'을 결정할 준비 기간이 석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연초에 초라한 연말정산 환급액을 보고 '올해는 꼭…'이라고 다짐해놓고도 차일피일 연말정산을 위한 '작전 수행'을 미뤄 왔다면 바지런히 '13월의 월급' 준비를 시작할 때다.


    ◇현금·체크카드 안 썼다면 지금이라도 챙겨라


    할인,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혜택을 챙기느라 올해 내내 신용카드를 주로 써 왔다면 지금 시점에서 연말정산을 조준해서 현금(현금영수증)과 체크카드의 사용액을 늘리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현금·체크카드의 공제율은 30%로 신용카드(15%)보다 높다.


    신용카드와 현금·체크카드에 대한 소득공제 '셈법'은 다소 복잡하다. 연말정산을 통해 최대한 많은 돈을 돌려받으려면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 연봉의 25%를 초과하는 사용액에 대해 신용카드 사용액은 15%, 체크카드는 30%를 공제해주고, 전년 사용액을 초과하는 현금·체크카드 사용액에 대해선 40%(1~6월 사용분) 혹은 50%(7~12월 사용분)를 공제해준다. 공제 총 한도는 300만원이나 전통시장과 대중교통은 100만원씩 추가로 공제해준다.


    연봉 6500만원인 직장인 A씨를 예로 들어 기초 전략을 짜 보았다. 우선 연봉의 25%인 1625만원까지는 포인트·할인 등 혜택이 많은 신용카드를 쓰는 것이 유리하다. 어차피 이 금액이 넘지 않으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때부터는 공제율이 높은 현금과 체크카드를 집중적으로 쓴다.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이상혁 세무사는 "올해 7~12월 현금·체크카드 사용액 중 지난해 하반기 사용액을 넘어가는 금액에 대해선 추가 공제해줄 예정이기 때문에 지난해 현금·체크카드를 거의 쓰지 않았던 사람일수록 공제액은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현금·체크카드 사용액이 1000만원에 다다르면 300만원 한도(1000만원의 30%, 지난해와 사용액이 같다고 가정할 경우)를 다 채우게 된다. 이후엔 다시 신용카드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이 선을 넘는 금액에 대해선 소득공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1년에 2800만원 정도를 쓰는 A씨가 이 전략대로 소비를 해서 '신용카드 1625만원→현금·체크카드 1000만원→나머지 175만원은 신용카드' 순서를 따랐다면 내년 초 79만2000원(공제 대상액 1000만×30%×연봉 6500만원의 소득세율〈주민세 포함〉 26.4%)을 돌려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로만 2800만원을 썼을 때(46만5300원, 공제 대상액 1175만원×공제율 15%×소득세율 26.4%)보다 32만6700원이 많은 금액이다.



    ◇최대 무기, 개인·퇴직연금 챙기기


    올해 연말정산에서 혜택이 가장 많이 늘어난 투자 상품은 퇴직연금이다. 우리나라의 '사적연금'은 회사가 직원의 퇴직금을 적립하는 '퇴직연금'과 개인이 자신의 돈을 쪼개 연금을 대비하는 '개인연금'으로 구분된다.


    지난해까지는 개인·퇴직연금을 합쳐서 400만원까지만 세액공제(13.2%)를 해주었는데, 올해부터는 퇴직연금에 추가로 넣은 300만원에 대해서도 세액공제를 해준다. 700만원 한도를 다 채울 경우 92만4000원(연봉 5500만원 이하는 16.5%, 115만5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 추가 납입분은 증권사·은행·보험사 등에서 가입 가능한 IRP(개인형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가능하다. 삼성증권 김예나 세무전문위원은 "연말정산만 생각한다면 700만원을 전부 IRP에 넣어도 되지만 투자 상품이 더 다양하고 가입과 해지가 비교적 수월한 개인연금에 우선 400만원을 넣고 나머지를 퇴직연금 상품에 넣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개인·퇴직연금은 연말정산을 통해 큰돈을 돌려받는다는 매력이 있지만 연금 수급 연령인 55세까지 돈을 묶어두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이전에 돈이 필요해서 투자 상품을 해지한다면 연말정산을 통해 돌려받았던 돈은 물론 추가 세금까지 토해내야 할 위험이 있다. 김예나 위원은 "살면서 예기치 않게 목돈이 필요해지는 상황이 우려된다면 계좌를 나누어 돈을 나누어 넣는 것도 방법이다.


    ◇소장펀드·월세…"챙길 수 있을 때 챙기세요"


    소득공제 장기펀드(소장펀드)는 올해를 끝으로 사라질 예정인 투자 상품이다.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인 사람만 가입이 가능하며 불입액의 40%를 소득공제 해준다. 투자 한도인 1인당 600만원을 다 채울 경우 63만6300원(소득세율 26.4% 기준)을 돌려받을 수 있다.


    만기가 10년 이상인 장기 투자 상품으로, 가입은 올해까지만 가능하나 소득공제 혜택은 만기까지 계속된다. 소장펀드 중엔 지금까지 미래에셋장기가치주포커스펀드(10월 14일 기준 1년 수익률 29.9%), 미래에셋장기성장유망중소형주펀드(29.1%), 현대인베스트먼트 로우프라이스펀드(19.1%), 키움코어밸류펀드(13.6%), 한국투자네비게이터펀드(13.0%) 등이 수익률이 높았다.


    소장펀드는 내년에 만들어질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와 한도가 통합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ISA는 계좌에서 발생하는 손익을 합쳐 만기(의무 가입 기간 5년) 인출 시 수익의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는 상품이다. ISA는 납입 한도가 연 2000만원으로, 만약 소장펀드 600만원을 꽉 채운다면 ISA 계좌엔 이 부분을 제외한 연간 1400만원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월세를 내고 살고 있다면 지난해부터 시작된 월세 세액공제도 놓쳐서는 안 되는 항목이다. 연간 총 급여가 7000만원 이하인 사람들에게 월세로 낸 돈 중 750만원까지 11.1%를 세액공제 해준다. 이상혁 세무사는 "실제 이사를 했더라도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한 달치 월세라도 놓치지 않으려면 이사 즉시 전입신고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