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19 09:34
[노인 맞춤형 책상 등 속속 개발]
老眼 등 노년층 위한 전용 SW
로봇 통한 원격 경험 공유 등 고령자 맞춤 사무기기 잇따라
할리우드 영화 '인턴〈사진〉'이 한국에서 누적 관객 250만명을 돌파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기업 임원 출신의 70대 남성 '인턴' 벤(로버트 드니로 분)과 온라인 쇼핑몰의 30대 여성 CEO 줄스(앤 해서웨이 분). 과연 현실에서도 70대가 IT(정보기술) 기업에서 일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영화를 현실로 만들려면 젊은 층에만 맞춰져 있는 사무 환경에 고령자 친화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년 맞춤형 컴퓨터 기술
70대 인턴은 단지 영화의 상상만은 아니다.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노년 노동인구도 급속히 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1992년 전체 노동인구 중 65세 이상이 3% 미만이었지만 2022년이면 8.3%로 급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도 현재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3.1%인데 2030년에는 25%로 늘 전망이다.
과거보다 훨씬 건강해진 노인에게 가장 좋은 복지는 일자리이다. 하지만 사무 환경은 대부분 젊은 층을 대상으로 설계돼 있다. MIT 테크놀로지리뷰가 발간한 '2015 노동의 미래' 보고서는 '노인 노동자와 신기술' 편에서 "사무실 책상부터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인이 젊은이들처럼 모니터에 얼굴을 박고 구부정하게 있다간 허리가 남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가구회사 허먼 밀러(Herman Miller)는 책상 바닥을 슬라이딩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았다. 덕분에 노인들이 허리를 의자에 붙인 채 책상 바닥을 몸 가까이 당겨서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다.
서서 일하는 직장에서는 바닥을 바꿔야 한다. 바닥이 딱딱하면 무릎과 발목, 엉덩이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이런 직장에서는 속이 빈 원통을 촘촘히 배치해 탄성을 높인 바닥재가 인기다.
시력(視力)도 고려해야 한다. 가까운 물체를 보려면 눈에서 카메라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를 두껍게 해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 안구 근육이 이를 못 따라간다. 이런 현상이 바로 노안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컴퓨터 커서 속도나 밝기, 글자 크기를 조절하는 기능 사용법을 노인들에게 안내해주고 있다.
미국의 아이 스퀘어드(Ai Squared)는 노인성 황반변성증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 '줌텍스트'를 개발했다. 황반변성증 환자는 시세포(視細胞)를 받치는 망막색소 상피세포가 손상돼 과거처럼 흰 바탕에 검은 글자를 잘 볼 수 없다. 줌텍스트는 검은 바탕에 노란 글자로 바꿔 황반변성증 환자도 쉽게 컴퓨터 문서를 볼 수 있게 했다.
◇로봇·가상현실 기술도 개발 중
노인이 신기술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로봇미디어연구소는 고령 친화형 기술의 하나로 '원격 증강 현실 코칭(coaching·지도)'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금도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인터넷을 통해 전문가의 원격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종이로 된 문서 작업을 하거나 기계 장비를 다루고 있다면 온라인으로 도와주기가 쉽지 않다. 로봇미디어연구소는 로봇을 대리인으로 삼았다. 전문가는 노인이 곤란을 겪고 있는 일을 로봇의 눈을 통해 입체적으로 보고 도와줄 수 있다. 로봇미디어연구소 안상수 박사는 "사용자가 쉽게 로봇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인턴'에서 젊은 CEO 줄스는 사무실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이 든 인턴 벤은 공원에서 태극권을 한다. 세대가 다르면 같은 운동을 하기 어려워 대화의 장벽이 생긴다. KIST 로봇미디어연구소는 젊은이와 노인이 운동을 통해서도 서로 교감할 수 있도록 '원격 경험 공유' 기술을 구상했다. 역시 로봇이 매개자다. 로봇의 얼굴에는 밖에서 조깅을 하는 자녀의 얼굴을 띄우고 동시에 자녀 주변의 모습도 촬영해 앞쪽 벽에 보여준다. 이렇게 하면 서로 같은 길을 달리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