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20 09:20
[은행들 자체 가산금리 야금야금 높여… 저금리 혜택 실종]
올 들어 코픽스 기준금리 1월 2.16%→10월 1.54%… 농협만 가산금리 낮춰
"저금리로 마진 줄어들자 가산금리 높이는 꼼수" 지적
은행 "정부가 고정금리 유도… 무턱대고 낮출 수도 없어"
올 한 해(1~10월 기준) 주택 담보대출의 변동금리에서 기준 금리 역할을 하는 COFIX(코픽스) 금리는 약 0.6% 떨어졌지만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가산 금리는 다소 오르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코픽스 금리와 가산 금리의 합으로 결정되는 변동금리는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 시대가 도래했지만, 은행에서 변동금리로 주택 담보대출을 받는 사람 중 상당수는 금리 인하 혜택을 충분히 보지 못했다는 의미다.
◇10개월간 기준 금리는 떨어지고 가산 금리는 올라
은행 고객들은 주택 담보대출을 받을 때 ▲고정금리 ▲변동금리 ▲혼합형(고정+변동) 금리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변동금리는 은행연합회에서 매달 15일 발표하는 코픽스 기준 금리와 각 은행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가산 금리를 더해서 결정된다. 코픽스 금리는 은행연합회가 은행의 상품별 금리를 취합해 평균값을 낸 뒤 고시하는 금리이고, 가산 금리는 업무 원가나 대출 마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각 은행이 자체적으로 산정해 적용하는 금리다.
그런데 올 1월부터 10월까지 코픽스 기준 금리와 은행별 변동 대출금리의 가산 금리를 분석해보니 은행들이 가산 금리를 야금야금 올리는 바람에 기준 금리 인하 효과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코픽스 기준 금리는 연 2.16%(올 1월)→2.08%(3월)→1.75%(6월)→1.55%(9월)→1.54%(10월)로 떨어졌다. 반면 은행들은 가산 금리를 올리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1~10월 사이 농협은행만 가산 금리를 1.64%에서 1.24%로 낮췄고, 신한은행은 0.9%에서 1.1%로, KB국민은행은 1.10%에서 1.30%로, 우리은행은 0.80%에서 1.30%로 각각 높였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내내 가산 금리를 2.69%의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이렇다 보니 기준 금리는 0.6%포인트 정도 낮아졌지만 가산 금리가 평균 0.3%포인트 정도 높아져 전체 변동금리의 하락 효과는 반감한 셈이다.
◇마진 줄어든 은행이 가산 금리 높이기 전략?
은행들이 '가산 금리 높이기'에 나선 이유에 대해 금융권이나 금융 소비자 중에는 "조금이라도 마진을 남기기 위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저금리로 인해 은행의 주수입원이었던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로 인한 수익)이 날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더 낮아지면 가뜩이나 쪼그라드는 순이자마진(NIM)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가산 금리로 대출금리를 떠받쳤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예대마진이 기본이 되는 은행의 NIM은 지난 2010년 2.93%에서 2013년에는 2.31%, 작년엔 2.18%로 줄고 올 상반기에는 1.99%로 낮아졌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기준 금리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가산 금리까지 낮추기는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가산 금리를 높여 다른 은행보다 대출금리가 높으면 고객이 다른 은행에 가서 대출받을 텐데 마진 조금 더 남기겠다고 가산 금리를 높였겠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이유를 꼽는다. 한 시중 은행 임원은 "정부가 고정금리로 유인하는 정책을 쓰는 상황에서 변동금리만 낮출 수가 없어서 가산 금리를 높이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택 담보대출을 변동금리가 아닌 고정금리로 받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에서 무턱대고 변동금리를 낮출 수 없다는 것. 실제로 내년부터 변동금리로 주택 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고정금리로 대출받을 때보다 대출 한도도 줄어든다. 현재 5개 은행(신한·KB·하나·우리·농협)의 5년 고정 대출금리는 2.67~2.97%로 변동금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