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미리 체질개선"... 주요그룹 사업재편 박차

    입력 : 2015.10.20 09:34

    -비슷한 사업 통폐합
    LG화학 OLED조명사업 LG디스플레이에 넘기기로
    "사업 순환 속도 빨라져 사업재편 주기도 짧아져"


    -비핵심 사업은 정리
    불황 깊은 철강·정유업계 비주력 사업 매각 나서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 그룹들이 올 들어 계열사 사업 구조 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용절감과 시너지(통합)를 위해 계열사들이 하고 있는 비슷한 사업을 통·폐합하고 있고, 비핵심 사업을 잇따라 정리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당분간 경기가 호전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선제적으로 그룹 체질 개선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일부 그룹은 지배구조 단순화를 위해 주력 계열사 통합 작업을 벌이고 있다.


    ◇비슷한 사업끼리 묶어 시너지 내고…


    LG화학은 "소재 산업에 집중하기 위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조명 사업을 올 12월 1600억원을 받고 LG디스플레이에 넘긴다"고 19일 밝혔다. LG 관계자는 "LG화학이 OLED 조명 사업을 계속 끌고 나가려면 인력·설비투자 등을 통해 새롭게 판을 짜야 하는 만큼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면서 "OLED를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LG디스플레이에 넘겨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현대제철은 2013년 자동차용 판재를 생산하는 현대하이스코 냉연 부문을 넘겨받은 데 이어, 올해는 남아 있던 이 회사의 강관·자동차 경량화 부문 등도 합병했다. 합병을 통해 현대제철을 자동차용 강판 종합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계열사 간 통합 작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SDS는 지난달 에스원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그룹 정보 보호 계열사 시큐아이 주식 전부(52.18%)를 인수했다. 또 삼성SDS는 같은 날 교육 콘텐츠 사업 부문을 교육 사업 자회사인 크레듀로 넘겼다. 8월에는 삼성SDI와 삼성정밀화학이 전지(電池) 소재 사업과 삼성BP화학 지분을 맞교환했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사업 변화 주기가 과거엔 10~20년이었지만 지금은 4~5년으로 줄었다"며 "사업 순환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기업들의 사업 재편 주기 역시 짧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주력 사업·계열사는 정리하고…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철강·정유업계는 생존을 위해 비(非)주력 사업 매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철강업계에선 포스코가 사업구조 개편과 구조 조정에 적극적이다. 올해 포스코특수강을 세아베스틸에, 미국 내 강관회사인 USP를 러시아 회사에 각각 넘겼다. 슬래그 파우더 제조사인 포스화인도 올 4월 매각했다. 포스코는 이런 계열사 정리 작업을 통해 약 3조6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도 구조 조정 전문가인 정철길 사장의 지휘에 따라 페루 가스수송법인, 포항물류센터, 인천 유휴지 등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고 있다. KT도 올해 알짜 계열사인 KT렌탈과 KT캐피탈을 매각하는 강수를 둬 재무 부담을 덜었다.


    ◇지배구조 개선 위해서도 합친다


    지주사 전환과 승계 작업을 위해 사업을 재편 중인 기업도 있다. 한진그룹은 올 7월 한진칼이 정석기업 투자 부문과 합병하면서 2년 가까이 추진해온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번 합병으로 순환(循環)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하고 그룹 지배구조도 '총수 일가→한진칼(지주사)→정석기업·대한항공·㈜한진(자회사)'으로 단순화했다.


    삼성그룹은 3세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해 지난달 초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시켰다. SK그룹도 SK㈜와 SK C&C가 이중으로 지주사 역할을 하는 '옥상옥(屋上屋) 지배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8월 초 SK㈜와 SK C&C를 SK㈜로 통합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 속에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선제적 사업 구조 조정은 필수적"이라며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계열사 통·폐합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