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21 09:46
두 달간 1000% 넘게 뛴 곳도 투자 연기·무산 사례 많고 투자유치 기업 실체 없기도
"中 관련 기업에 개인추종매수 과열된 측면 있어 주의해야"
최근 증시에서 중국 바람이 거세다.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거나 중국 기업과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한 상장사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기업 중 일부는 중국 관련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기업과 협력 소식에 1000% 급등
중국 기업과 손잡은 일부 기업은 지난 1~2개월 사이에 주가가 최대 10배 이상 오르는 등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물류업체 뉴프라이드는 지난달 7일 자회사인 뉴프라이드코리아가 중국 하남광전송신탑관리유한공사와 면세점 개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이후 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뉴프라이드는 이달 12일 중국 완다그룹이 100% 출자한 기업인 옌지완다광장투자유한공사와 중국 옌지시에 한류 거리를 조성한다고 공시한 이후 주가가 또 한 번 크게 올랐다. 지난달 1일 1260원에 거래됐던 뉴프라이드 주가는 20일 1만7300원을 기록, 1273% 상승했다.
지난달 16일 중국 금성그룹과 대규모 사업을 추진한다고 공시한 속옷 업체 쌍방울은 9월 이후 주가가 231% 올랐다. 쌍방울은 금성그룹과 제주도에 1조8000억원 규모 대규모 고급 휴양지를 설립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지난 12일 중국 패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중국 시스터신세기패션유한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코앤이도 9월 이후 246% 올랐다.
◇자금 납입 미루고 투자 취소하는 사례도
중국 관련주들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투자회사가 갑자기 자금 납입 일정을 연기하거나 투자를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크게 출렁이고 있다.
제주반도체는 지난 6월 중국 영개투자유한공사(윙챔프)로부터 100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7250원이었던 주가는 두 달간 최고 9900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윙챔프의 자금 납입 일정은 계속 미뤄졌다. 지난 5일 제주반도체는 중국 윙챔프의 투자 규모가 357억원으로 줄었다고 공시했다. 이어 지난 16일에는 유상증자 계약이 취소되면서 제주반도체의 주가는 5400원까지 떨어졌다. 제주반도체는 지난 19일 미국 디에프제이(DFJ)와 중국 허페이시 정부로부터 3400만달러(약 385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고 공시하면서 주가가 이틀 연속 상승해 7700원을 기록했다.
드라마 제작사인 초록뱀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 8월 26일 3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중국 미디어기업인 DMG그룹이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초록뱀의 주가는 꾸준히 상승했다. 그러나 DMG그룹이 유상증자 잔금 납입일을 이달 12일에서 다음 달 2일로 연기하면서 초록뱀의 주가는 13일 하루 만에 12% 넘게 하락했다.
투자 유치가 무산된 사례도 있다. 화장품 업체 리젠은 지난 4월 중국 난닝한성스토리로부터 15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난닝한성스토리는 자금 납입을 미루다 결국 7월에 자금을 납입하지 않았다. 지분 투자 소식에 7400원까지 올랐던 리젠의 주가는 20일 현재 1570원으로 하락했다.
◇중국 관련주 '투자 경계' 지적
증권업계에서는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중국 자본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 자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렵고, 투자를 유치하는 국내 기업의 사업 내용이 불분명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중국 관련 기업들은 개인 투자자들의 추종 매수로 과열된 측면이 있으므로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