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22 09:41
[경영 복귀한 창업자 5명의 '明暗']
스티브 잡스·마이클 델, 회사 살리며 '화려한 복귀'
제리 양·마크 핀커스, 실적 못낸채 '쓸쓸한 퇴장'
트위터 구원투수 잭 도시 "보너스·스톡옵션 안받겠다"
'인력 8% 감축, 경쟁사 임원 영입, 사옥 확장 취소….'
지난 5일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잭 도시(38) 공동창업자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각종 처방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잭 도시는 2006년 140자의 단문(短文) 메시지로 지인들과 안부를 전하는 트위터를 개발, 오늘날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시대를 열어젖힌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사내 경영권 다툼에서 밀려 회사를 떠나야 했다. 그가 없는 사이 트위터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에 밀려 끝없이 추락했다. 다급해진 경영진은 잭 도시를 다시 불러 몰락해가는 'SNS 왕국' 재건을 맡겼다. 예전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덥수룩한 턱수염을 말끔히 밀고 단정한 모습으로 돌아온 그는 일절 보너스와 스톡옵션을 받지 않기로 했다. '백의종군(白衣從軍)'의 자세로 회사를 되살리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다.
뉴욕타임스와 AP 등 외신은 잭 도시가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의 전철을 밟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귀환한 왕'들이 모두 잡스처럼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왕의 귀환… IT업계 창업자들 속속 복귀
잡스는 IT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극적인 방식으로 '왕의 귀환'을 전 세계에 알린 사례다. 잡스는 1976년 동네 형인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을 창업, 전 세계에 개인용컴퓨터(PC)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1985년 신제품 개발, 경영 방침 등을 둘러싸고 대주주 및 경영진과 다툼을 벌여 전격 해임됐다. 잡스는 당시 애플 주식을 단 1주만 빼고 모두 팔아치우며 애플과 인연을 끊었다.
잡스가 떠난 애플은 점점 실적이 악화돼 파산 위기까지 몰렸다. 애플은 1997년 그에게 '임시CEO'라는 타이틀을 주고 다시 불러들였다. 지휘봉을 잡은 잡스는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을 내놓으며 '대박 릴레이'를 펼쳤다. 2011년 췌장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잡스는 14년간 '디지털 황제'로 군림했다.
또 다른 성공 사례는 PC업체 델의 마이클 델(50) 회장이다. 1984년 델 회장이 텍사스대학 기숙사에서 창업한 이 회사는 온라인판매라는 독특한 유통방식을 앞세워 2001년 세계 PC 시장 1위로 올라섰다. 2004년 전문 경영인에게 CEO자리를 물려주고 자선사업 등에 치중했다.
하지만 중국산 저가 PC에 밀려 회사 실적이 곤두박질치자 그는 2007년 전격적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델 회장은 일반 소비자에 치중하던 사업구조를 개편해 기업용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영역을 강화했다. 지난 12일에는 데이터 저장장치 1위 업체인 EMC를 670억달러(약 77조원)에 인수했다. IT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 사례다. 델을 PC전문 회사에서 종합 IT 기업으로 변모시키려는 그의 노력이 EMC 인수로 완성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야후·징가 등 실패 사례도
그렇다고 모든 창업자가 복귀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제리 양(47) 야후 공동창업자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제리 양은 1994년 동료 데이비드 파일로와 함께 인터넷 포털 '야후'를 만들었다. 야후는 초창기 인터넷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회사 규모가 커지자 1995년 4월 전문 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겼다.
야후 신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1998년 설립된 구글이 탁월한 검색 기술을 앞세워 판도를 뒤집은 것이다. 제리 양이 2007년 CEO로 복귀했지만 이미 인터넷의 패권은 구글에 넘어간 뒤였다. 그는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한 채 2009년 조용히 CEO에서 물러났다. '인터넷 거인'의 쓸쓸한 퇴장이었다.
게임회사 징가의 마크 핀커스(49) 창업자도 과거의 영화를 되찾기 위해 고전하고 있다. 2007년 징가를 창업한 핀커스는 페이스북에서 친구들과 같이 즐기는 소셜 게임 '팜빌'을 개발해 대인기를 끌었다. 창업 5년 만에 매출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를 기록할 정도였다. 그러나 경쟁 업체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징가의 실적은 급전직하했고 핀커스도 2013년 CEO에서 물러났다.
그가 떠난 뒤 2년 사이에 징가 게임 이용자는 하루 평균 3900만명에서 2100만명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지난 4월 복귀한 핀커스는 연내에 전 직원의 18%인 364명을 해고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한다고 5월에 발표했으나 징가의 하락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